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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새희망교화센터 김성기 이사장이 만난 사람
국내 유일의 법무부 소속 국립 법무병원 조성남 원장의 외길 인생을 듣다.
 
오종영   기사입력  2024/04/02 [12:59]

▲ 사단법인 새희망교화센터 이사장 김성기 목사(왼족)가 국립법무병원 조성남 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편집부

 

사)새희망교화센터 이사장 김성기 목사(이하, 김이사장)는 정신질환 범죄 심리분석가로 국내 최고의 권위를 가진 조성남 제9대 국립법무병원장(이하 조원장)을 한적한 공주 도예촌 시골식당에서 만났다. 수십 년간 친교를 나눈 동네 친구처럼 무엇이든지 이야기할 수 있는 편안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조원장은 고려대 의과대를 졸업한 뒤 1988-99년 국립법무병원(당시 공주치료감호소)에서 특수치료과장. 일반 정신과장으로 일하다 국립부곡병원장과 을지대 강남병원장을 역임했으며, 학계에선 한국 중독정신의학회 감사와 대한법정신학회 회장 등으로 활동했다.

 

그런데 풍요롭고 안락한 삶이 보장된 종합병원 병원장 자리를 박차고 범법자들을 치료하여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돕는 일이 좋아서 2019년 다시 국립법무병원으로 돌아왔단다. 조원장의 진솔한 삶의 철학과 고백을 듣는 내내 ‘사명감에 불타는 의사 중에 참 의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원장은 지난 36년간 마약류중독자를 가장 많이 치료한 국내 정신질환, 중독치료·재활 분야의 최고 권위자답게 두 시간 이상 우리나라 마약중독의 실태와 안타까움, 해결방안에 대해 전문지식을 바다처럼 쏟아 놓았다.

 

일반병원보다 몇 배나 보수가 적고 낙후된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국립법무병원에서 범죄를 저지른 정신 질환자들의 병적 상태를 연구,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이 기쁘고 보람되다고 힘주어 강조하고 있는 조원장에게 몇 가지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

 

▣ 김성기 이사장: 원장님께서 만드신 '약물 중독자 자조모임'(NA-Narcotics Anonymous) 에 대하여 말씀해 주시지요.

▶조성남 원장 : 제가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치료과장·일반 정신과장으로 근무할 때부터 중독자들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치료적 공동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평생단약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도와주는 치료•재활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환자들과 퇴원 후에도 정기적으로 매월 둘째 주 화요일에 만남을 지속해 왔습니다. 이 모임을 '자조모임, 이하 모임'이라 명하였습니다. 우리나라보다 20년 앞서 NA모임을 해온 일본 회복자들과도 교류하였습니다. 2005년에는 미국LA에 있는 'NA월드 서비스'에 등록하고 매주 지속적인 모임을 가져왔으며, 2012년에는 '다르크'(DARC•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라는 민간약물중독재활센터를 만들어 중독자들을 회복시키는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전국 8곳에서 이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 김성기 이사장 : 최근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이 아닌 마약류중독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조성남 원장 : 1999년 연간 마약사범 수가 2만 명을 돌파하면서 UN은 한국을 '통제가 필요한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2023년 우리나라 마약 중독자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인구 50명당 1명꼴입니다. 과거에는 마약을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청소년들조차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가상화폐 이른바 대포통장을 이용해 구매대금을 지불하고 '던지기 수법' 등을 통해 마약을 전달하는 등 수법이 다양화되고 일반화되어 마약을 구하는 것이 손쉬워졌기 때문입니다. 마약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마약류가 빠르게 확산 되고 있는 것이 걱정입니다.

 

아직 신체적으로 발달단계에 있는 청소년들이 마약에 중독되면 치명적인 뇌손상을 입게 되고 범죄에 노출된다는 것입니다. 중독자의 뇌는 전 전두엽 손상이 심해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가 없습니다. 환청, 환각, 망상 등이 발생하여 폭력, 재산탕진, 정신병, 끔찍한 살인 행각을 벌이게 됩니다. 병원에서 의료용으로 처방되는 약물 중에도 중독성이 있는 물질이 다수존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중추 신경 억제제인 프로포플도 치료용으로는 좋은 마취제지만 남용하여 중독된 자는 온종일 투약하는 심각한 상태에 이릅니다. 따라서 ‘한번 중독자는 영원한 중독자’라고 말합니다. 중독은 만성질환입니다. 의과대학에서 중독에 관해 깊이 있게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의사들조차 마약류 중독에 심각성과 전문지식이 없는 것이 의료현실입니다.

 

의학계에서는 중독환자들에게 ‘완치’라는 개념을 쓰지 않고 지속적으로 단약 상태를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치료를 합니다. 그러므로 해결책으로는 예방이 중요하며 ‘마약중독의 폐허와 무서움’에 대하여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 김성기 이사장 : 원장님께서는 마약중독자에 대해 처벌보다 치료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시고 계십니다. 현 법무부의 교정정책이나 정부의 의료복지지원상황이 국립법무병원에 있는 수감자들에게 중독자 치료시설과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조성남 원장 : 우리나라는 치료감호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치료감호제도는 심신장애, 마약류, 알코올 그 밖의 약물중독 정신·성적 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범죄행위를 환자 중에 재범의 위험성이 있고 특수한 교육 개선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형사 정신 감정 절차를 거쳐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보호와 치료를 받게 해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 촉진을 도모하는 형사정책적인 제도입니다.

 

현재 일반교정시설에도 정신질환 수용자가 4,700여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들을 치료하는 전문인력이나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아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 충남 공주시에 소재하고 있는 국립법무병원 정문 전경     © 편집부

 

▣ 김성기 이사장 : 국립법무병원이 일반병원과 차별화된 존재 목적과 역활, 치료 대상과 수용 기간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요.

▶조성남 원장 : 국립법무병원은 정신적 장애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되고, 재범의 위험성과 치료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범법자를 의사의 감정을 거쳐 법원판결로 수감하는 범죄자 치료 전문병원입니다.

 

치료 대상과 수용 기간은 범죄 내용에 따라 다릅니다. 심신미약과 심신상실 등의 정신질환 범죄자(1호 처분자)로 금고 이상의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는 15년 이내,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그 밖에 약물·알코올중독에 의한 범죄자(2호 처분자)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되는 죄를 범한 자는 2년 이내, 소아기호증, 성적가학증 등의 정신병적 성범죄자(3호 처분자)는 15년 이내 수용하여 각종 검사와 정밀 평가를 통한 등급별 분류로 피치료 감호자의 정상에 따른 정신치료·약물치료·환경치료 및 직업 훈련 등을 통해 출소 후에 사회 적응력을 높이고 재범 방지와 사회 안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국립법무병원은 보건복지부인가를 받은 병원인 만큼 강압적인 접근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전문의 진단과 처방, 프로토콜에 따라 환자의 자·타해 위험이 높아지면 환자 보호를 위해 격리하는 경우는 간혹 있을 수 있습니다.

 

▣ 김성기 이사장 : 형기를 마치고 퇴소하는 자들 중에 가족 지지기반이 약한 환자들에 대한 배려 즉 사회 복지서비스나 병원이나 시설을 연계해 지속적인 치료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까?

▶ 조성남 원장 : 출소 이후에도 지속적인 치료를 국립법무병원이나 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에서 무료 외래진료를 통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력이 적고 출소환자들이 전국에 퍼져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저희 국립법무병원의 경우 정신보건 사회복지사는 6명입니다. 사회복지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돌볼 보호자가 없어 퇴소를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소 시 가족들이 인수를 거부하거나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재범의 우려가 있어 안타깝습니다. 민간정신병원도 범법 환자라는 이유로 입원을 꺼리는 경우도 있구요.

 

법무부와 보건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종의 환자 연계시스템을 전국적으로 만들어 지속적으로 돌보아야 할 것입니다.

 

▣ 김성기 이사장 : 마지막으로 정부나 국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십니까?

▶조성남 원장 : 국립법무병원에 우수한 의사 확충이 시급합니다. 겸직도 허용하고, 임금체계도 일반병원보다 높은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우리 병원 내에 이미 설치된 법 정신 의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 교육기능을 활성화하고 감호 대상자들에게 보다 나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정신 질환자들을 치료해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선진병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예산 중에 인건비를 빼고 나면 수용자 1인당 연간의료비가 146만 원 정도입니다.

 

1200명 정원에 예산이 부족해 우울증이나 난치성 정신장애 치료에 쓰이는 ‘경두개 자기자극(TMS),뉴로·바이오 피드백’ 등 최신 첨단 의료장비들을 구입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겨우 한대를 갖추고 있는데 1200명(정원)을 어떻게 돌볼 수 있겠습니까? 또한 국민들이 국립법무병원에 수감되어 있는 만성질환자들에게 편견을 버리고 따뜻한 사회적 관심과 사랑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까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퇴직을 한 달여 앞둔 조원장과 인터뷰를 하면서 본질을 붙잡고 묵묵히 흔들림 없이 사명의 길을 걸어가는 조원장이 있는 국립법무병원이 매우 귀해 보였다. 참의사 조원장의 사명감 앞에 내 마음이 뜨거워지고 고마움에 못 이겨 나의 눈가에 이슬이 맺히고 있었다.

/정리 : 오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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