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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협 목사(대성교회) 40호
 
한혜림 편집기자   기사입력  2013/05/24 [16:29]
▲ 정영협 목사(대성교회)     ©편집국
월요일에는 대전에서 가까운 근교인 옥천 추소리에 처가가 있어 시골에 갑니다. 대청 땜 상수도 보호지역이라 공장도 축사도 없는 청정지역으로 공기도 물도 맑은 아주 깨끗한 곳입니다. 성인병인 당뇨가 오고 건강도 예전 같지 않아 이제는 건강관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자연의 영성이라고 할까 자연 속에서 일을 통해 하나님의 섭리를 생각하고 묵상하며 하나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그곳에서 찬양도 하고 기도하며 일 속에서 하나님과 교제하며 새롭게 하나님을 만납니다.
 
그러나 오늘 무슨 일을 얼마나 했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곳에 가면 흙을 만지고 좋은 공기를 마시고 일하고 땀 흘리며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 자체로 기분이 참 좋습니다.

시골에 가면 아들이 3만원을 주고 사다놓은 강아지가 이제는 갈색을 띤 덩치 좋은 성견으로 자랐습니다. 내 차가 언덕을 올라와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면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이리저리 날뜁니다. 그러나 막상 반가움에 차에서 내려 쓰다듬어주려고 하면 멀리 도망을 가거나 자기 집으로 들어가 겁을 잔뜩 먹고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나오려 하지 않습니다. 잡아끌어도 소용이 없고 먹이를 주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하는 수 없이 내가 물러서면 기를 펴고 다시 다가와 그렇게 좋아합니다. 하지만 다시 다가서면 또 다시 도망을 칩니다.
 

그곳에 자주 올라오는 아저씨는 그 개를 보고 “바보 같은 놈”하고 말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 개를 보고 “불쌍한 녀석”이라고 말합니다. 무엇엔가 상처가 있는 트라우마가 있는 불쌍한 녀석입니다. 마음은 반가워하고 가까이 오고 싶어 하는데 반가우면서도 사람을 두려워하는 그 무엇 때문이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못하는 있는 그 모습이 불쌍하기만 합니다. 이제는 조금 더 가까워져 스스로 내게 다가오지만 아직도 내가 무슨 제스처만 취하면 멀리 달아나고 다가서면 도망을 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속에는 사람들이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다. 때로는 가정에서, 부모에게, 형제들에게, 남편과 아내에게 심지어는 그토록 믿고 신뢰하고 사랑하던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아 더 이상 사람들을 믿으려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늘 사람이 그립고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기를 원하지만 막상 사람들이 자신에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다가서면 저 멀리 도망치듯 멀리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봅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바보 같은 사람들”이 아니라 상처 입은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좀 더 많은 시간들이 필요합니다. 이들을 끌어 않는 사회와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교회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 중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바보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을 다른 교인들은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들은 바보 같은 사람들이 아니라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교회에 더 가까이 가고는 싶고 교인들과 교회의 일에 가까이 가고는 싶은데 그들 마음속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상처의 두려움이 더 이상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게 합니다.

이들도 한때는 교회에서 열심히 기도생활과 봉사도하고 자신을 주께 드려 헌신하던 시간들이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교회의 분쟁과 사건들로, 목회자에게, 교인들에게 열심을 내다가 상처를 입고 그 아픈 기억과 가슴을 끌어안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 속에는 지금도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도 있고, 주님을 위한 헌신의 열정도 있고, 주께 드릴 재능들도 충분히 있습니다. 다만 깊은 상처의 기억들이 다시 상처를 받을까 두려워 다가서지 못하게 할 뿐입니다.

이들은 마음에 깊은 상처가 치유되면 그들 속에 갇혀있는 열정들이 다시 교회에 더 가까이 교회 일에 봉사자로 설 수 있는데 그들을 품어주고 기다려 줄 사람들이 교회 안에 너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손길을 더 세미하게 느끼게 하는 따스한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마음의 손길과 잠잠히 기다려주는 시간들입니다. 다시 교회와 목회자와 교인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는 따뜻하게 다가서는 사랑이란 약이 필요합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큰 일이 아니라 “우리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고 기다립니다.” 라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품고 기다리면 언젠가 이들도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 교인들이 될 것입니다. 오늘도 교회에 안에 상처 입은 불쌍한 교인들이 너무 많아 그들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목회자들의 탓이라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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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5/24 [16:29]  최종편집: ⓒ kidok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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