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3.1절이 가까워오고 있다. 3.1절이 가까워오면 기미년 3. 1독립운동에 참여하였던 민족적인 기독교인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그 가운데 한 분이 3. 1독립운동의 순국자인 박석훈 목사(1883-1919)이다. 1950년 2월 25일자 「감리회보」에 보면 그에 대한 신앙적 일화 한편이 담겨있다.
해방 직후 한국 감리교회는 재건파와 복흥파로 분열되었다가 통합되었는데, 1949년 통합 총회에서 감독으로 선출되었던 김유순 목사가 기독교의 본질인 회개의 역사가 일어났던 한국교회 부흥운동을 소개하면서 그 단적인 사례로 언급한 인물이 다름 아닌 평남 강서 출신의 박석훈 목사였던 것이다.
1903 원산대부흥운동-1907 평양대부흥운동-1909백만명구령운동으로 도식화 할 수 있는 한국교회 부흥운동이 발생하였을 당시 만학도로 숭실중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던 그는 큰 은혜를 받아 회개하고 새사람이 되어서 동창생들은 물론이고 많은 청년들을 주님께로 인도했으며 완고한 한학자인 부친 박종권 진사를 구원하고자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애타하는 눈물의 기도를 여러 날 올렸다는 것이다.
그런 중 부친을 구원하려는 안타까운 심정을 붓을 들어 기록할 때 떨어지는 눈물이 마치 묵화처럼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눈물로 쓴 편지를 가지고 부친을 뵈러 가려고 했지만 여러 날을 자지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지친 탓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하여 보냈다는 것이다. 눈물로 쓴 편지를 받은 완고한 한학자인 부친은 처음에는 노발대발하였으나 눈물로 쓴 편지를 읽는 중 아들의 눈물 흔적을 보고 마침내 회개하고 아들을 따라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이러한 신앙적 일화를 지닌 박석훈 목사는 숭실중학교를 졸업하고 협성신학교를 나온 가운데 1919년 3.1운동이 발생하였을 때 평양 남산현교회 부목사로 시무하고 있었는데, 담임자였던 신홍식 목사는 민족대표 33인중 1인으로 태화관에서 모이는 독립선언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상경한 상황 속에서 그는 평양 지역에서 3.1독립운동을 주도하였다가 평양 형무소에 수감되었다. 비록 그는 수감되어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지만 감옥 안에서도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를 쉬지 않았고 성경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그는 감옥 안에서 격정적으로 기도를 해서 옆 사람이 놀랄 정도였고, 이 일로 간수들에게 불려가 폭행을 당하고 독방에 감금되기도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민족적 신앙을 견지한 그에게 일제의 혹독한 고문에 가하였다.
이로 인해 그의 몸은 날로 날로 쇠약해진 가운데 1919년 11월에 접어들면서 그의 건강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직면하였다. 몸은 40도의 고열을 동반하였고 음식을 먹지 못하고 구토하는 일이 계속되었다. 이에 일제는 석방 조치를 내려 그는 석방이 되었지만 석방 직후 순사하였으니 옥중 순국한 것이나 진배가 없다. 당시 1919년 11월 26일자「기독신보」에서는 노골적으로 표출하지는 못했지만 암시적으로 그가 일제의 모진 고문에 의해 순국했음을 보도하고 있다.
이렇게 그가 젊은 나이에 순국하자 평양 남산현교회를 비롯하여 평양시민들은 그의 죽음을 눈물로 애도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런 애도 분위기 속에서 평양 남산현교회에서는 그의 묘와 묘비를 교회 뜰에 조성하여 나라를 위해 순국한 그의 애국 신앙을 기렸다. 현재 남산현교회가 자리했던 자리에는 북한 사회주의 정권하에서 인민대학습당이 들어섰다고 하니 이 묘와 묘비의 행방이 궁금하다.
비록 이 묘와 묘비의 행방은 묘연하지만 나라를 위해 순사한 박석훈 목사의 차남이 1934년 같은 해에 신동아 현상 모집에 장편소설〔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모범경작생〕, 신동아에 콩트 〔새우젓〕등이 동시에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한 이후 소설가로 명성을 날린 만우(晩牛) 박영준 연세대 교수인데 기독교 문학 작품인「종각」을 비롯한 무수한 소설을 남긴 그를 기념한 문학비가 서울 서대문구 안산 벚꽃마당에 건립되어 있다고 한다. 올해 벚꽃 필 무렵에 한번 가보려고 한다. 박석훈 목사의 삼남인 박상준 목사가 남긴 일기장과 설교 노트를 엮어 간행한 『산 밑의 백합화』라는 유고집을 들고....... 그곳에서 박석훈 목사가 남긴 위대한 신앙의 흔적을 다시 한 번 음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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