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는 모처럼 교회의 대청소가 있었습니다. 교회 안의 청소를 마친 후 교회 밖을 바라보았습니다. 장마로 인해 교회가 있는 골목 양 옆에 풀들이 제법 크게 자라있었습니다. 보기가 좋지 않아 풀을 뽑았습니다. 교회 앞부분만이라도 깨끗하게 할 요량이었습니다.
이윽고 이 장로님께서 오셔서 거들었습니다. 교회 앞부분에 있는 풀을 다 제거하자 장로님은 다른 집들의 앞에 있는 풀들도 뽑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장로님, 힘드신데 그만하면 되었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장로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모기 때문에 하나님이 못 오시겠어요.” 그 말씀에 나는 그만 웃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자의반 타의반 50여 미터의 골목 안 풀을 땀 흘리며 뽑아야 했습니다.
우리 교회는 골목의 끝부분에 있습니다. 그러니 교회에 들어오려면 골목 안 여러 집을 거쳐야 합니다. 따라서 자연스레 골목 옆에 나 있는 풀들도 보아야 합니다. 농촌이나 외곽도 아닌 도시의 골목에 나 있는 다양한 풀들은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한 이 골목에는 모기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그러니 이런 저런 의미로 장로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어디 그것뿐이겠습니까? 이왕 뽑을 풀인데 다른 집 앞의 풀들도 함께 뽑아주면 어느 누가 보더라도 좋겠지요. 동네 주민들도 좋고, 이 골목길을 따라 주일에 예배하러 교회에 오는 성도들의 눈과 마음도 좋을 테지요.
비록 땀은 흘렸지만 골목의 풀들을 다 뽑고 나니 내가 보기에도 좋아보였습니다. 그러니 모기들이 숨을 공간도 없어졌을 것이고, 이 장로님이 염려(?)하는 그런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거되어야 것들이 어디 골목에 나 있는 잡초들뿐이겠습니까? 사도 바울은 우리의 밖이 아니라 안에 있는 것들을 ‘벗어 버리라’고 강력히 권면했습니다. 즉 우리가 ‘벗어 버려야 할 것들’은 “분함과 노여움과 악의와 비방과 입의 부끄러운 말”(골 3:8)입니다.
‘벗어 버리다’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아포티데미’(αποτιθημι)는 ‘버리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안에 있는 이러한 잡초들은 과감히 ‘버려야’ 할 것들입니다. 그래야 모기와 같은 사탄이 우리 안에 숨어들지 못합니다. 또한 우리 안에 오실 “여호와의 길을 예비”(사 40:3)하는 것입니다.
“모기 때문에 하나님이 못 오시겠어요.”라는 이 장로님의 말씀 한 마디에 비록 땀은 흘렸지만 보람되고 행복한 주일의 예비일(豫備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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