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3장 29-30절에는 “누구든지 성령을 모독하는 자는 영원히 사하심을 얻지 못하고 영원한 죄가 되느니라 하시니 이는 그들이 말하기를 더러운 귀신이 들렸다 함이러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말씀에서 예수님께서 언급하신 “성령을 모독하는 죄”는 신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난제 가운데 하나이다. 따라서 그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본문의 문맥과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상황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 말씀은 예수님과 바리새인들 사이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 선포된 경고의 말씀이다.
“성령을 모독하는 자”라는 표현은 개역성경에서 “성령을 훼방하는 자”로 번역되었다. 여기서 ‘모독(또는 훼방)하다’는 말은 ‘중상하다, 비방하다, 모욕하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문맥상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 “더러운 귀신이 들렸다”고 말한 것이 바로 성령 모독죄에 해당한다. 이러한 모독은 단순한 말의 실수가 아니라, 그 본질상 영원히 사하심을 얻지 못하는 죄로 규정된다.
서기관들, 곧 율법학자들은 예수님께서 귀신의 왕 바알세불의 힘을 빌려 귀신을 쫓아낸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곧 사탄의 힘으로 귀신을 쫓아낸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성령의 능력으로 귀신을 내쫓고 계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성령의 사역을 마귀의 사역으로 왜곡하였다. 이는 곧 거룩한 영을 더러운 영으로 규정한 것으로, 성령을 정면으로 모독한 행위였다. 이것이 바로 용서받지 못하는 성령 모독죄이다.
예수님께서는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라고 말씀하셨다(눅 4:18). 이는 예수님의 사역이 성령의 역사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내는 선언이다. 예수님의 축귀 사역은 단순한 기적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 사역의 일부였다. 그런데 바리새인들은 이 구원 사역을 마귀의 사역으로 규정하였다. 이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이를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죄, 곧 성령 모독죄라고 선언하신 것이다. 결국 이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구원을 의도적으로 부인하는 죄라고 할 수 있다.
본문의 전후 문맥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귀신 들려 눈멀고 말 못하는 사람을 고치시는 기적을 행하셨다. 이를 본 무리들은 예수님이 메시아일 가능성을 생각하며 놀라워하였다. 그러나 바리새인들은 이 분명한 하나님의 역사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예수님께서 바알세불의 힘을 빌려 귀신을 쫓아낸다고 비난하였다. 그들은 기적 자체를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근원을 악한 것으로 왜곡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예수님께서는 성령을 모독하는 죄에 대해 말씀하셨다.
성령은 인간을 죄에서 돌이켜 하나님께로 인도하시는 분으로서, 죄와 의와 심판에 대해 깨닫게 하시는 사역을 감당하신다. 다시 말해, 성령은 인간이 회개하고 구원에 이르도록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영이시다. 그런데 바리새인들은 이 성령의 분명한 역사를 보고도 그것을 거부할 뿐 아니라, 오히려 악한 것으로 규정하였다. 이는 단순한 무지나 실수가 아니라, 진리를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왜곡하는 완고한 태도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성령을 모독하는 죄란 단순한 말 한마디나 일시적인 불신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하나님의 영의 역사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거부하며 반대하고, 심지어 악한 것으로까지 규정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 죄는 한 번의 행위라기보다, 점차 마음이 굳어져 가는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영적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예수께서 인자를 거역하는 죄는 사함을 받을 수 있으나 성령을 거역하는 죄는 사함을 받을 수 없다고 하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를 오해하거나 무지 속에서 거부할 수 있지만, 이후 성령의 역사로 인해 회개하고 돌아올 가능성이 남아 있다. 그러나 성령의 역사 자체를 끝까지 거부하게 되면, 더 이상 회개로 이끄는 통로가 차단된다. 결국 용서받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용서를 거부하시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회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성령을 의지하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살아가는 삶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놀라운 은혜요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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