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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 칼럼] 개미들의 대이동을 지켜보며
대전주님의교회
 
이승주   기사입력  2021/06/21 [14:17]
▲ 대전주님의교회 박기성 목사.     ©이승주

 

며칠 전의 일입니다. 한낮의 태양이 강렬했던 그 날 오후에 마당에서 대규모의 이동 행렬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개미들의 이동입니다. 그들의 목적지가 궁금해졌습니다. 행렬을 따라 가 보았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한 행렬이었습니다. 

 

도시에서 이러한 광경을 목격하기란 쉽지 않은데 횡재한 듯 했습니다. 그들은 제가 사는 사택의 대문을 지나 앞집, 그리고 그 앞집, 또 앞집의 앞집 대문으로 향해 있었습니다. 문이 살짝 열려있기는 했지만 남의 집에 들어갈 수는 없어서 문틈으로 그들의 이동을 살펴보았습니다. 마당은 많은 나무들이 심겨진 작은 정원이었습니다. 개미들은 분명 그늘진 그 정원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들의 출발지가 궁금해졌습니다. 다시 내 발걸음을 유턴하여 사택으로 돌아왔습니다. 개미들의 행렬은 사택 뒤쪽 담장의 갈라진 틈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담장에 철조망이 씌어져 있어서 그 너머로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담장 너머의 고등학교 잔디밭에서부터 출발한 듯 보였습니다. 그들은 적어도 50미터는 넘음직한 긴 여행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행렬은 전혀 끊이지 않은 채 계속 이어져 있었습니다.

 

개미들의 이동 원인이 궁금하여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개미들의 대규모 이동 원인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날씨입니다. 큰 비가 내릴 것을 미리 인지하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을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어떤 원인에 의해 그들의 서식지가 파괴되었을 때입니다. 세 번째는 서식지의 습도가 맞지 않아서입니다.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개미들은 어느 정도의 습기가 있는 곳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온도가 높아져 습기가 없으면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아침부터 고등학교 잔디밭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었습니다. 잔디, 아니 풀 깎는 소리였습니다. 봄을 지나며 잔디 사이의 풀들이 작은 숲을 이루었는데 그것을 학교 직원이 깎은 것입니다. 

 

풀들이 깎여나가니 강렬한 햇볕이 개미들이 사는 서식지의 온도를 높였을 것이고, 습도가 낮아져 건조해진 그곳을 떠나 그들이 살기에 적합한 수십 미터의 또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는 중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제 추측이지만요.

 

▲ 개미가 이동하는 모습./네이버 갈무리     © 이승주

 

개미들의 이동을 지켜보면서 이스라엘 자손의 출애굽이 생각났습니다. 노예살이하던 억압의 땅에서 약속의 땅인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을 향해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말입니다. 

 

개미들에게도 스승과 학생의 역할, 또는 리더와 리더의 지도를 받는 개미의 역할이 있어서 이동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물론 페르몬이라는 화학물질을 남겨서 뒤따라오게도 하지만, 앞서간 개미는 뒤따라오는 개미가 잘 따라오도록 때로는 기다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속도를 늦추어 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그 긴 행렬이 가능한 것입니다. 하나님도 불기둥과 구름기둥을 통해 때로는 빨리, 때로는 서서히, 그리고 때로는 며칠씩 제자리에 멈추게도 하시면서 이스라엘 자손을 가나안으로 인도하셨습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우리들의 가나안인 하나님의 나라로 가게 될 것입니다. 그곳이 우리들에게는 가장 안전한 곳이요 궁극적으로 가야할 본향이기 때문입니다. 개미들이 자신들의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고 리더 개미를 따라 안전한 서식처로 이동하는 것처럼, 우리교회 성도 모두가 예수님을 따라 한 사람의 낙오도 없이 하나님의 나라에 도착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희망해 봅니다.

 

“내가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러 가노니 가서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면 내가 다시 와서 너희도 있게 하리라”(요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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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6/21 [14:17]  최종편집: ⓒ kidok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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