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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 칼럼] ‘사명’이 있으면 곧 그 자리가 ‘내 자리’
대전주님의교회 담임목사
 
이승주   기사입력  2021/03/19 [11:48]
▲ 대전주님의교회 박기성 목사     ©오종영

 

전남에 있는 보길도(甫吉島)라는 섬에 다녀왔습니다. 보길도는 조선 중기에 살았던 윤선도(尹善道)와 깊은 관련이 있는 섬입니다. 병자호란 중에 인조(仁祖)가 강화도로 몽진한다는 전갈을 받은 윤선도는 그곳으로 가다가, 남한산성에 있었던 인조가 청나라의 태종에게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잘 아는 ‘삼전도의 굴욕’(三田渡의 屈辱)입니다. 

 

이에 낙담한 윤선도는 육지에서 살아가는 것조차 부끄럽다 하여 제주도를 향해 떠났습니다. 항해 도중 보길도의 수려한 봉을 멀리서 보고 배에서 내려 격자봉(格紫峰)에 올라 참으로 물외가경(物外佳境)이라 감탄하고 “하늘이 나를 기다린 것이니 이곳에 머무는 것이 족하다”하여 격자봉 아래에 집을 지어 낙서재(樂書齋)라고 명명하고 그곳에 살았습니다. 

 

지금도 보길도의 곳곳에 윤선도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과연 보길도는 윤선도의 섬이라 할 수 있습니다. 40수의 단가(短歌)로 구성된 어부사시사도 보길도를 배경으로 한 윤선도의 작품입니다.

 

보길도의 세연정과 낙서재를 둘러보면서 베드로가 생각났습니다. ‘높은 산’(마 17:1)에서 ‘얼굴이 해 같이 빛나며 옷이 빛과 같이’ 희어진 모습으로 변형된 예수님이 모세와 엘리야와 대화하는 황홀한 모습을 본 베드로는 예수님께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만일 주께서 원하시면 내가 여기서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주님을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하리이다”(마 17:4)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마치 윤선도가 보길도를 보고 감격하여 “하늘이 나를 기다린 것이니 이곳에 머무는 것이 족하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귀신들린 자신의 아이가 고침받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어느 아버지’가 기다리는 산 아래로 베드로를 데리고 내려오셨습니다. 

 

왜 하나님(하늘)은 윤선도에게는 ‘보길도와 낙서재’를 허락하시고, 베드로에게는 ‘높은 산과 초막’을 허락하시지 않으셨을까요? 보길도를 떠나 돌아오는 배 안에 드러누워 내내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사명’이 달라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윤선도로 인해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보길도에 사람들이 찾아오게 되고 어부사시사 같은 위대한 작품도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윤선도의 사명은 보길도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베드로의 사명은 ‘높은 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산 아래’에 있었습니다. 그곳에 베드로가 만나야 할 ‘아픈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레미야는 바벨론에 함께 가면 ‘선대하리라’는 바벨론의 사령관 느부사라단의 권유(렘 40:1-6)에도 그대로 유다 땅에 남았습니다. 그곳에 고통 받는 동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전 8세기에 살았던 아모스는 예루살렘에서 남쪽으로 19㎞ 떨어진 드고아 출신이었습니다. 즉 남왕국 유다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는 북 이스라엘의 멸망에 대한 충격적인 환상을 보고 북 이스라엘에 올라가서 예언활동을 했습니다. “너는 유다 땅으로 도망하여 가서 거기에서나 떡을 먹으며 거기에서나 예언하고 다시는 벧엘에서 예언하지 말라”(암 7:12-13)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그가 그곳에서 예언활동을 한 것은 북 이스라엘이 회개하고 구원받기를 소망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사명’이 있는 곳이 ‘있어야 할 자리’입니다. 아무리 ‘높은 산’처럼 황홀한 곳일지라도 그곳에 ‘나의 사명’이 없으면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닙니다. 힘들고 고통스런 곳이어도 그곳에 ‘사명’이 있으면 곧 그 자리가 ‘내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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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3/19 [11:48]  최종편집: ⓒ kidok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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