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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것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편집부   기사입력  2021/01/25 [14:48]
▲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편집국

시는 다른 장르에 비해 짧은 것이 특징이다. 흔히 ‘촌철 활인’(寸鐵活人)이라고도 한다. 짧은 문장으로도 능히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고 본다. 서사시, 극시 및 연작시 형태의 긴 시도 있지만, 대개는 짧은 게 특징이다. 짧아도 함축적 의미가 있기에 백 줄의 산문을 한 줄로 압축한 것이라고도 한다. 좋은 시는 공감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하고 상식을 초월해야 하며 그림과 같아야 한다(詩中有畫, 畫中有詩). 몇 줄의 글 속에 깊은 진리와 인간의 본성 같은 것이 섬광처럼 스칠 때 감동과 발견을 경험하게 된다. 다음 시를 살펴보자.

 

① “벌도 나비도 같은 꿀 먹고 사는데, 어째서 벌한테는 침이 있고, 나비한테는 그런 것이 없습니까? -벌한테는 지켜야 할 물건이 있고, 나비한테는 그런 것이 없어서다/그 물건이 무엇입니까? -쌓아둔 꿀이다/벌도 나비도 같은 꿀 먹고 사는데, 어째서 벌은 총알처럼 날고 나비는 술 취한 할멈처럼 춤을 추며 납니까? -벌한테는 지켜야 할 물건이 있고, 나비한테는 그런 것이 없어서다/그 물건이 무엇입니까? -왕국이다/벌과 나비, 어느 쪽이 더 잘 사는 겁니까? -둘 다 잘살고 있다/ 무엇이 잘못 사는 겁니까? -벌이 나비처럼 살고 나비가 벌처럼 사는 것이다/그렇게 살 수 있습니까? -벌과 나비는 그렇게 못해도, 사람을 곧잘 한다”(전재현/벌과 나비).

 

② “나이 더 먹은 사람들이/세상 떠나면/그러려니 했는데/또래들이 가니/나는 몇 번일까? 어디쯤 가고 있을까?/아침. 세수하는 것 같고/주님의 채찍이/등을 후리며/준비하라는 것 같다”(이응열/채찍).

 

③ “흔하디흔한 바위였는데, 은은한 미소로, 속세를 교화하는 석불(石佛)이 되고/무리 지어 자라는 나무였는데, 절절한 소리로, 사람들 심금을 울리는 피리가 되고/밟히는 흙이었지만/하늘의 마음을 품은 소중한 보물 청자(靑磁)가 되었네/누구일까? 다듬고 닦아 혼불을 불어넣어 하늘의 것을 만든 이는”(박수민/누구일까?)

 

④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럴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할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 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유치환/행복). 이 시를 읽으면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행 20:35/You are happier giving than getting).

 

⑤ “그대, 하나님께서 좋아하실 수밖에! 죄악 소굴에 들락거리길 하나, 망할 길에 얼씬 거리길 하나, 배웠다고 입만 살았길 하나./오직 하나님 말씀에 사로잡혀, 밤낮 성경 말씀 곱씹는 그대! 에덴에 다시 심긴 나무, 달마다 신선한 과실 맺고 잎사귀 하나 지는 일 없이, 늘 꽃 만발한 나무라네”(시편 1:1-3)

 

⑥ “가진 것이 한 줌밖에 없어도 편히 쉴 수 있는 사람이/두 손 가득 쥐고도 걱정에 찌들어 일하는 사람보다 낫다/그렇게 일해도 결국에는 허공에 침 뱉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전 4:6).

 

⑦ “혼자 일하는 것보다 파트너가 있는 편이 낫다/일도 나누고 재산도 나누라/한 사람이 쓰러지면 나머지 사람이 도울 수 있지만/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고달프기 짝이 없다!/둘이 한 침대에 누우면 따뜻하지만/혼자서는 밤새 떨어야 한다/혼자서는 무방비 상태이지만, 친구와 함께라면 그 어떤 것에도 맞설 수 있다./친구를 하나 더 만들 수 있는가?/세 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전도시 4:9-12)

 

일찍이 중국 후한서에는 “高樹靡陰, 獨木不林”(위로만 크는 나무는 그늘을 만들지 못하고, 홀로 서 있는 나무는 숲을 이루지 못한다)이란 시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單絲不成線”(줄 하나로는 실을 꼴 수 없다)이란 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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