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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연습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편집부   기사입력  2020/06/04 [19:25]
▲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편집국

기독교 신앙인에게 최대 절기는 성탄과 부활일 것이다. 우리 함께 부활을 연습하자. 시인 양성우(1943-)씨가 쓴 ‘부활절 속가(俗歌)를 읽어보자.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또한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 것을 믿는다.”(롬6:8/ If we get included in Christ’s sin-conquering death, we also get included in his life-saving resurrection)는 성경 말씀을 기초로 하여 쓴 것이다.

 

“어찌하리. 죽은 풀밭에. 바람만 일고, 그대여 지금도 사람들은. 가슴 조이며. 하늘만 우두커니 쳐다보는구나. 그러나 짐작하라. 사금파리 길을. 허위허위 알몸으로 쫓길지언정. 그 누가 그대의 큰 이름을. 모른다고 말 하랴. 죽은 풀밭에. 진눈깨비 내리고/ 꿈엔들 잊을까? 거친 산비탈, 뺨을 맞고. 골백번 걷어 채이며. 그대 끝도 없이 피 묻은 씨앗을. 뿌리고. 이제는 검은 불티 허공에 날리는. 그대의 타는 가슴, 뜨거운. 모닥불로, 슬픈 넋들을 남모르게 그을리니, 그대 듣는가? 어둠 속에서. 언 땅을 때리며. 부르는 노래를. 평생을 목마르고 창끝에. 찔리고. 천만번 나무 끝에. 매달린 사람아/ 그대의 죽음을 아무도, 죽음이라고 말하지 않고. 그대의 무덤을 아무도. 무덤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몸은 비록 먼지 쓰고. 진흙을 밟아도. 아아, 그대가 자른 마지막. 비명을. 아무도 결코 비명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대는 순간에 죽고. 그렇지만 영원히. 살아남기 때문이다/ 그대 누운 자리 침묵만 깔리고. 어디로 갔느냐? 깨어난 사람아. 그대의 큰 이름. 입을 모아 부르며. 어둠 속에 남부여대 이웃들은 떠나고. 어찌하여, 아직도. 봄이 아니다. 아직도 이 땅은 봄이 아니다/ 섭섭하여라. 그대여 말 발자국 소리 들리지 않고. 손바닥이 닳도록. 하늘에 빌어도. 오히려 끈끈한 아픔뿐이니. 섭섭하여라. 발 벗은 아이들. 살얼음 칼날 위에 어우러져서. 혹은 피눈물로 목놓아 울고/ 이렇게 되면 또다시 그대여. 흰 옷자락 날리며. 목소리보다 더 뜨거운. 몸으로 오라. 파도가 아니라 오히려. 한숨만 밀리는. 저문 바닷가에 소리 소리치며. 여기저기 쇠못 자국 아물지 않은. 그대 만신창이의. 온몸으로 오라.”

 

예수님의 33년 지상 생활은 철저히 내려가고 비워내고 실패한 듯한 생애였다. 3년 동안 침식을 같이하며 가르치고 보여주고 아껴왔던 12명의 제자를 보면 알 수 있다. 그중 똑똑하다고 재무회계를 맡겼던 제자(유다)는 자기가 기대하던 목적이 무망(無望)하자 실망한 나머지 은30에 스승을 팔아버렸고, 10명의 제자들은 산산이 도망가 버렸고, 제자 반장이었던 베드로는 일정 거리를 두고 뒤따라 오긴 했기만 하인들의 지적에 3번씩 부인하고 스승 예수님의 면전에서 저주까지 하면서 관계를 끊고 있었다. 철저히 홀로 남았다. 마지막 하나님 아버지로부터도 외면당하는 절대 고독 속에 홀로 정치범의 명패를 달고 물과 피를 다 쏟아내며 죽어가고 있었다. 하나님 아버지도 절통했을 것이다. 불쌍한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해 하나뿐인 아들을 생으로 죽이는 그 장면은 숙연하기도 하고 원통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진리는 허위 속에 갇혀있을 수 없고 생명은 죽음에게 포박당할 수 없었다. 무덤 속의 3일 후에 대반전, 부활 즉,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박수민 장로의 ‘부활 연습’을 읽어보자.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눕는다/ 무의식의 편안한 세계 너머/ 새 아침을 바라며/ 편안한 마음으로 눈을 감는다// 언젠가/ 그 날에도/ 어두운 터널 너머/ 빛의 세계 믿으며/ 설레는 마음으로 누울 수 있을까// 오늘도 그 날을 생각하며 연습한다// 밤 11시에 죽고/ 아침 6시에 부활하는 일을/ 매일 연습한다/ 한 달에 30/ 일 년에 365/ 십 년이면 3650회// 진짜 죽고 진짜 부활하는 날까지/ 연습을 계속한다.”

 

김영천의 ‘오늘 기도’로 마무리하자.

 

“한 마리의 작은 멧새처럼, 가는 곳마다, 길이게 하소서/ 부르는 것마다 아아, 노래이게 하옵시며, 자랑스레 내보일 만하진 못해도, 날갯짓마다 아름다운 춤사위이게 하옵소서/ 포로롱 날아간 뒤로는, 나뭇가지에 작은 떨림만 겨우 남듯/ 세상을 향해서는, 그렇게 조금 떨리는 마음을 주옵소서/ 잽싸게 내리며 오르며, 꽃의 벌레를 잡아먹듯, 내가 목숨을 위해 하는 일이, 세상의 향기를 지키는 일이게 하옵소서/ 오래오래, 당신의 향기이게 하옵소서.”

 

이제 우리의 할 일만 남아있다. 부활 이전의 나와 부활 이후의 내가 달라지는 일만 남았다. 우리도 함께 부활을 연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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