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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글과 일본의 가나문자 207호
김진규 장로/(전) 공주대 사범대학장,대전산성교회
 
편집부   기사입력  2019/11/29 [10:36]
▲ 김진규 장로 ▲공주대 명예교수     ©편집국

4.5와 5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자고새면 만나는 친구였지만 5는 4.5보다 0.5 많다는 이유로 깔보고 괴롭혔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기를 못 펴던 4.5가 큰 소리를 치면서 으쓱거렸습니다. 그 기세에 눌린 5가 어찌된 영문인지 물었더니 4.5가 대답했습니다. “나 점 뺐어.”

 

그렇군요. 점을 빼니 45가 되어 5보다 9배가 많아졌네요. 나는 이 우화를 들으면서 우리 한글과 일본 가나문자가 생각났습니다. 세종이 만드신 쉽고도 아름다운 우리 한글의 가치를 모르고 조선시대에는 어려운 한자를 사용해 왔고, 특히 최근세에는 일본 문화에 깊이 물들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19세기 말 기독교 신앙의 자유와 함께 선교사들이 한글로 성경을 번역하고, 한글학자들의 우리말 우리글 사랑 운동은 한글 사랑과 그 가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가나문자를 일본문화의 대표적인 자랑거리 중의 하나로 내세웁니다. 기록에 의하면, 5, 6 세기경에 백제의 박사 왕인(王仁)이 천자문을 전해준 이후로, 7세기에 한자로 일본(日本) 국호를 사용했으며, 8세기가 되면 일본서기(日本書紀) 등의 서적들도 편찬됩니다. 이때부터 일본은 한자를 히라가나와 가타카나의 가나문자로 발전시켜 사용하게 됩니다. 일본 사람들의 지혜는 참으로 대단합니다. 뜻글자인 한자를 모방 변형시켜서 소리글자인 가나문자를 만든 일입니다. 인류가 만든 글자 중에 소리글자가 제일 발전된 글자이기 때문입니다.

 

한글은 참으로 온 누리에 뛰어난 문자입니다. 일본의 가나문자처럼 소리글자이면서 서양의 알파벳처럼 자음과 모음이 있는 음소문자이기 때문입니다. 가나문자는 음절문자입니다. 모두 50개의 문자와 된소리, 울림소리를 합해도 150자 미만입니다. 이에 비하면 한글은 실제 소리로 낼 수 있는 글자만 3,192자이고, 받침 포함해서 기록 가능한 글자는 11,172자나 됩니다. 한글 3,192자는 가나 150자의 21배가 넘습니다.

 

내가 섬기는 대전산성교회의 사역 중에는 일본에 가서 그들에게 김치를 담가주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일본 김치선교’가 있습니다. 올해도 지난주에 약 36 분의 남녀 성도들이 김치선교를 다녀온 후에 선교 보고를 했는데, 많은 감동이 있었습니다. 요즈음의 한일관계 때문에 많이 걱정을 했었는데, 너무도 편했다는 말과 함께 연약한 일본 교회들의 모습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수십 명만 모여도 큰 교회라고 하는데, 일본인들과 함께 김치를 담그며 대화를 해보니 믿음이 너무도 연약하여 많이 격려해주고 기도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미신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배울 점도 많았다고 했습니다. 그들의 생활화된 친절과 미소, 절약하며 남을 배려하는 모습, 특별히 밝고 친절한 말씨에 신앙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지난 1962년 ‘미소운동’이 시민운동으로 발전하였고, 1964년 동경올림픽을 ‘언어미화운동’으로 치르게 되었습니다. 반세기가 지난 내년 2020년 동경올림픽에는 ‘스마일운동’과 ‘언어미화운동’이 또다시 활성화되고 있답니다.

 

‘김치선교’를 통해 믿음으로 메마른 그곳에 그리스도의 사랑이 전해지고, 그들의 선진화된 의식은 보고 배우는 가까운 이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형제에게 ‘라가’(바보라고 욕함)라고 함을 엄히 금하시던 예수님처럼, 이웃 사랑의 모습으로 한글문화와 가나문화가 어울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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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29 [10:36]  최종편집: ⓒ kidok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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