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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와 민족을 살린 평양 대부흥 이야기(2)
박용규 교수/총신대신학대학원 역사신학 교수, 한국기독교사연구소 소장
 
편집부   기사입력  2019/10/21 [14:43]
▲ 박용규 교수     ©편집부

토마스의 순교위에 세워진 한국교회 ② 

우리는 셔먼호가 대동강을 계속해서 거슬러 올라간 것이 정확히 의사 전달을 받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제국주의적 사고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셔먼호 측은 대원군 치하의 조선정부가 쇄국정책을 쓰고 있고 외국과의 접촉을 끊고 있는 상황을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북경에서 박규수를 만났던 것이 토마스에게 계속 평양을 향해 항해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토마스가 1866년 8월 1일 런던선교회에 보낸 그의 마지막 편지에서 “나는 상당한 분량의 책들과 성경을 가지고 떠납니다. 조선 사람들에게 환영받을 생각을 하니 얼굴이 달아올라 희망에 부풀어 있습니다.”라며 한국의 입국에 대해 매우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제너럴 셔먼호에 승선한 토마스 선교사는 배가 대동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뭍에 내려, 가지고 온 중국성경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우기였기 때문에 물이 불어난 대동강을 거대한 상선이 거슬러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평양성의 관리들이 이 배를 예의주시하며 경계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사차 셔먼호에 승선한 중군(中軍) 이현익(李玄益)을 가두어 두자 군관과 셔먼호가 대치하기 시작했고, 결국 박규수는 셔먼호를 불태우기로 결심합니다. 마침 셔먼호가 양각도에 좌초당해 이 일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군관이 셔먼호로부터 얼마 떨어진 상류에 나룻배를 연결하고 그곳에 솔가지와 유황을 뿌려 불을 질러 불타는 나룻배를 떠내려 보냈습니다. 곧 셔먼호에 나룻배가 닿자 셔먼호로 불이 옮겨 붙어 불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배에 탔던 한 사람, 한 사람이 뭍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군관들이 그들을 처형합니다.

 

마지막으로 성경을 가지고 뭍으로 올라온 한 젊은이는 토마스 선교사였습니다. 그는 뭍으로 나와 자기를 죽이려는 박춘권(朴春權)에게 무릎을 꿇고 엎드려 가지고 온 성경을 건네주려고 얼굴을 땅에 대고 두 손을 높이 받들어 받으라고 권했습니다. 박춘권은 그를 죽이려고 뽑았던 칼을 잠시 들고 멈추었습니다. 토마스는 모래사장에 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대고 얼마동안 최후의 기도를 드리고 다시 두 손으로 성경을 받기를 간청했습니다. 그러나 병졸은 성경받기를 거부하고 이내 그를 처형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26살의 젊은이,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지 2년 6개월 후 그는 아내의 뒤를 이어 하늘나라에 갔습니다. 순교자의 반열에 오른 것입니다. 터툴리안이 말한 것처럼 순교는 교회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순교로 인한 교회의 씨는 토마스가 순교하던 바로 그날부터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토마스를 죽인 병졸 박춘권의 심경에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도대체 무슨 책이길래 죽어가면서도 건네주려고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동료 몰래 그 현장으로 가서는 흩어진 성경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박춘권은 그 성경을 읽고 예수를 믿어 훗날 영주교회 영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성경을 읽고 그의 조카 이영태(李榮泰)가 주님을 영접하고 평양숭실대학에 진학하여 졸업한 후 레이놀즈의 조사가 되어 우리가 갖고 있던 한글성경 3분의 2를 번역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합니다.

 

그리고 박춘권에 앞서 토마스로부터 한문성경 3권을 건네받은 12세의 최치량(崔致良)은 성경이 금서(禁書)라는 사실을 알고 겁이나 그것을 평양의 영문주사(營門主事) 박영식(朴永植)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박영식은 이 성경을 받고 질 좋은 종이로 만들어진 성경으로 자기 집 도배를 하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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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21 [14:43]  최종편집: ⓒ kidok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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