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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로키 마을에서 만난 제자 200호
김진규 장로/(전) 공주대학교 사범대학장, 대전산성교회
 
편집국   기사입력  2019/08/22 [16:22]
▲ 김진규 장로 ▲공주대 명예교수     ©편집국

이번 여름 33일 동안의 여행은 참으로 즐겁고 의미 있었다. 평소 한 번 쯤 가보고 싶었던 북미의 알래스카와 로키산맥 여행이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크루즈로 태평양을 따라 며칠 낮 밤을 올라가면 알래스카의 주도인 주노에 이른다. 거기서 다시 북쪽으로 오르면 사람의 손길이 타지 않은 듯한 북극의 빙하 경관과 만년설을 감상하게 된다. 크루즈로 열흘을 여행했는데도 자연 경관이 빼어나고 산해진미 값진 음식이 풍부하고, 선상 프로그램이 너무도 훌륭해서 날이 갈수록 호기심과 기쁨이 더해졌었다. 아내는 ‘최고의 귀족 체험, 열흘’이라고 표현했다.

 

밴쿠버로 돌아온 우리는 쉴 새도 없이 캐나다 깊숙한 로키산맥으로 향했다. 비행기와 랜트카로 나르고 달려서 대략 7시간 쯤 지나니 로키의 깊은 속살이라고 할 수 있는 제스퍼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 에어 비엔비(Air B&B)의 3박 4일 동안 우리 부부는 로키의 눈 덮인 산들과 만년설, 그 물이 흘러서 만드는 엄청난 폭포들의 장관 - 치솟은 침엽수 밀림 사이로 산길을 달리다 보면, 가끔씩 산양들 가족이나 야생 곰들이 우리 차를 막기도 하는 청정지역이기도 하다.

 

제스퍼에서 로키의 주도 밴프로 넘어오던 날, 우리는 백두산보다 더 높은 지점에서 함박눈을 만나서 갑자기 온 천지가 크리스마스 카드 분위기가 되기도 하였다. 밴프는 미국이나 서양 사람들, 캐나다 사람들까지도 꼭 오고 싶어 하는 로키산맥의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한다. 이곳에서의 일주일은 만년설을 200m씩이나 머리에 인 높은 산맥과 눈이 녹아 흐르는 강과 폭포 그리고 그림 같은 호수들 - 우리는 그냥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 중의 하나로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로키에서는 사람 만나기가 어렵다. 그래서 누구라도 만나면 반갑고 금방 친해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 부부는 여기 로키 마을에서 정말로 반갑고도 감동적인 만남이 있었다. 로키의 마을 캘거리에서 옛날 고등학교 교사 시절의 제자인 신금재를 만난 것이다. 신금재 - 인천에서 송도로 넘어가는 산 중턱 무허가 달동네에 살던 학생이었다. 버스표 한 장을 아끼려고 두 시간을 걸어서 통학했던 학생, 그러나 웃음을 잃지 않고 늘 밝으며 책임감이 강하고 유독 글쓰기를 즐겨했던 학생으로 기억이 된다. 담임이었던 나는 학급 아이들과 상의해서 한 달 점심 금식으로 모은 쌀과 학용품 등 이웃돕기로 금재네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편찮으신 아버지와 생필품을 다라에 이고 다니며 장사를 하시는 어머니는 집에 계시지 않았다. 그래도 금재는 여전히 밝다. “선생님, 이리 와 보세요. 채송화가 정말 예쁘죠?” 따라가 보니 헛간 같은 집 옆으로 채송화가 연약하게 피어 있었다.

 

30년이 훨씬 더 지난 지금 다시 금재네 집에 온 것이다. 캘거리 그녀의 집은 저택이었다. 너무도 행복해 보이는 고급주택이다. 넓은 정원에는 잘 가꾼 튤립이 싱싱하게 피어 있었다. “금재는 역시 꽃이구나.” 옛날 담임선생님이 오신다고 사업을 하는 남편과 직장 다니는 남매까지 모두 모였다. 남편은 선생님이 무슨 술을 좋아하실지 모른다며, 맥주, 양주, 위스키를 각각 박스로 사왔다고 한다. 나는 술 한 잔도 못하지만, 그 정성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 캐나다 이민 생활 이야기, 자녀 이야기, 고생하신 어머니 이야기, 문학 이야기까지 밤늦도록 즐겁고도 감동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금재는 글쓰기를 너무 좋아해서 이곳 캘거리 한인 문학회 회장이 되었다고 한다. 가톨릭 신자인 그의 아호는 미사였다. 나는 미사를 위해 미리 준비한 서툰 시 한 수를 낭송해 주었다. 

 

<마음으로 피는 꽃> 

입술을 꼭 다문 소녀 / 인일의 소녀 미사의 집 뒷마당엔 / 붉은 채송화가 피어 있었다. 

삶의 무게까지 엷게 미소를 지으며 / 글쓰기를 너무도 사랑했던 문학소녀 

꿈은 날개가 되어 태평양을 건넜겠지 / 얼마나 추웠으랴 / 얼마나 외로웠으랴 

흔들리는 가지에도 꽃은 피듯이 / 먼 나라 이곳 캐나다 캘거리에도 

미사의 앞마당엔 튤립이 피었다. / 겨울이 추워도 철새는 돌아오듯이 

꽃은 미사의 낯익은 몸짓이다 / 내 몸 찢기어 이룬 사랑이다. - 중략 - 

 

그래, 알래스카 크루즈의 화려함도 로키산맥의 아름다움도 우리 만남의 감동에는 미치지 못할 거야. 그래서 하나님은 창세기에서 온 만물을 지으신 후, 마지막 날에 에덴동산에서 사람을 지으시고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하셨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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