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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이슬 같고 번개 같다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오종영   기사입력  2019/08/09 [16:51]
▲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편집국

글을 읽는 중에 人生無常을 지적하는 말에 “인생은 아침이슬 같고 순간 번쩍이는 번갯불과 같다.(如露亦如電)”란 글이 있어 같이 나누고자 한다. 인생을 안개나 이슬, 쏜살과 베틀 북 또는 흙으로 비유하는 것은 허무주의를 퍼뜨리려는 염세주의나 혹세무민이 아니라 이렇게 덧없이 흘러가는(流水) 시간을 그냥 놓치지 말고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역사적 시간(카이로스)으로 활용하자는 기특한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싶다.

 

매일 세수하고 샤워하고 양치질하고 멋스럽게 가꾸어보는 이 몸뚱이(肉身)를 ‘나’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 그것은 입었다 벗어놓게 될 의복과 같은 것이다. 하물며 학위(지식)나 재물이나 권세나 재주까지도 세월이 지나면 나와 분리되어야 할 장식품일 뿐 나의 정체(identity)는 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육신을 위해 돈과 시간과 열정을 쏟아 붓는다. 더 예쁘게 되라, 멋지게 되라, 섹시하게 되라, 날씬하게 되라, 병들지 마라, 늙지 마라, 제발 죽지 말라고 원한다. 그렇지만 이 육신은 나의 의지나 희망과는 상관없이 살도 찌고 야위기도 하고 몹쓸 병들이 들락거리고, 노쇠해지고 각종 암에 노출되고 기억도 점점 희미해지고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다. 그러니 이 세상에 내 것이라고 주장할 것은 하나도 없는 셈이다.

 

사실 아내나 남편이 정말로 내 것인가? 힘써서 길러낸 자녀들이 내 것인가? 친구들이 내 것인가? 내 몸뚱이도 내 것이 아닐진대 그 누구를 내 것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 어느 것을 내 것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모든 것은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잠시 잠깐 인연으로 만났다 흩어지는 구름 같은 것이니 미워도 내 인연, 고와도 내 인연. 태어났으면 죽게 돼있고 만났으면 곧 헤어져야 할 존재(生者必滅 會者定離)일 뿐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짊어지고 있는 여덟 가지의 기본적인 고통이 있다고 가르친다. ①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生老病死), ②내가 좋아하고 사랑하고 아끼는 것들과 이별해야 하는 고통(愛別離苦), ③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나 물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고통(怨憎會苦), ④내가 갖고 싶고 원하는 것들을 가질 수 없는 고통(求不得苦), ⑤육체적인 오욕락(식욕, 수면욕, 성욕, 명예욕)이 지배하는 아픔까지 포함해 소위 8고(八苦)라고 한다. 이런 것은 이 세상에 두 발을 딛고 살아야 하는 모든 인간에게 반드시 겪어야 하는 짐수레와 같은 것이다.

 

옛 성인들은 이에 대해 인간이 할 도리를 일러준 바 있다. ①일체유위법(一切有爲法): 몸이나 생명이나 형체가 있는 모든 것에 해당되는 것으로 세상 모든 것은 ②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마치 꿈 같고 환상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와 같은 것들이며 ③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아침이슬 같고 또한 번개와 같은 것이니 ④응작여시관(應作如是觀): 이를 잘 관찰하며 사는 것이 지혜자의 삶이다. 그러니 이런 운명을 피할 수 없으면 즐겨 다독이라. 누가 해도 할 일이면 내가 나서서 기쁘게 일해야 한다. 언제 해도 할 이면 지금 그 일을 감당하자. 오늘 바로 이 시간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해야 한다.

 

①내가 조금 양보한 그 자리, ②내가 조금 배려한 그 자리, ③내가 조금 덜어 논 그 그릇, ④내가 조금 낮춰 놓은 눈높이, ⑤내가 조금 덜 하여 생긴 그 공간. 이런 여유와 촉촉한 인정이 조금 더 불우한 사회적 약자들이나 다른 생명체들에게 여유를 준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늘 푸른 숲과 각색 꽃이 피는 동산, 비 오는 날이 좋다. 눈 내리는 날도 즐겁다. 백설이 만건곤할 때 독야청청한 소나무도 멋있다.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살 수 있다는데 무슨 욕심을 더 내겠는가?

 

대자연의 품에 안겨 시간을 느끼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특별히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 없는데 유별나지 말고 행복한 인생, 은혜와 사랑을 듬뿍 나누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되자. 이렇게 살기로 마음먹으면 무리하게 부자세습을 강행하며 하늘과 땅에 부끄럽게 사는 사람들은 좁쌀같이 협소하고 남루하게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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