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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고르의 <이것이냐 저것이냐> 199호
남 청 장로/(전)배재대 대학원장, 오정교회
 
편집부   기사입력  2019/08/09 [16:46]
▲ 남청 장로▲(전)배재대 교수/오정교회     ©편집국

덴마크의 실존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철학자 가운데서는 보기 드문 신실한 그리스도인이었다. 그는 일생 독신으로 지내며 도덕적, 윤리적으로 살기 위해 몸부림쳤을 뿐만 아니라 신 앞에서 단독자(單獨者)로서 외롭게 신앙의 길을 걸어갔던 사람이다.

 

키르케고르에 있어서 기독교 신앙이란 세속적인 생활에 있어서의 몰락을 의미한다. 세상에서 박해를 받고 십자가에서 피 흘린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곧 현실적인 삶에 있어서의 수난과 희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는 모든 형식적인 종교생활을 떠나서 예수의 삶을 몸소 실천하는 자, 그의 가르침과 진리내용을 겸손히 따르는 자만이 신 앞에 단독자로서 설 수 있는 참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인간이 절대적인 신 앞에 단독자로서 설 수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이 신 앞에 선다는 것은, 그리고 영원한 진리를 대면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실존적인 고뇌와 절망을 접해 보지 않은 자는 신 앞에 설 수가 없다. 그것은 위선이요 거짓이다.

 

신 앞에 선 실존은 <이것이냐 저것이냐>라는 양자택일의 선택 앞에 직면한다. 그것은 몰락과 구원, 영원한 절망과 영원한 삶 사이에 있어서의 선택이다. 자신의 삶을 세속적인 욕망과 쾌락에 던질 것인가 아니면 신의 사랑과 진리 속에 맡길 것인가를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양자택일의 선택 앞에 선 실존에게는 제3의 길은 보이지 않는다. 오직 둘 가운데 어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

 

키르케고르에 의하면 기독교 신앙이란 엄밀히 말해 <객관적 불확실성>이다. 신이 존재한다는 것, 신이 이 세계를 창조했다는 것, 무엇보다도 신이 현실세계 속에 성육화(成肉化) 되었다는 것들은 객관적 불확실성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객관적으로 볼 때 부조리요 역설(paradox)이다.

 

그러나 신앙이란 이러한 객관적 불확실성을 실존의 주체적 정열에 의해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영원하고도 절대적인 진리를 갈망하는 실존의 내면적인 무한한 정열이 객관적으로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이 역설을 받아들일 것을 결단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객관적으로는 불확실성이요 비진리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에게는 주체적 진리가 된다.

 

주체적 진리란 그 진리에 무관심한 제 삼자가 객관적 진리의 잣대로 그 진리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오직 그 진리를 대면하는 실존의 주체적 의지와 용기와 결단만이 진리의 유일한 척도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객관적 사고의 방법을 가지고 기독교 진리에 접근하는 사람은 이해 불가능한 역설 앞에 좌절할 수밖에 없다. 오직 참된 진리를 대면하기 위한 열망, 자신의 삶에 대한 절망과 몰락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절박한 관심, 죄로부터의 자유와 구원을 성취하려는 간절한 소망, 이러한 자기체험으로 인해 부조리하고 역설적인 신앙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키르케고르는 신앙을 일종의 모험이라고 본다.

 

키르케고르에 의하면 모험 없이는 신앙이 있을 수 없다. 신앙을 선택하는 것은 어떤 합리적인 동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절대적인 진리라면 그 진리를 위해 나의 전 생애를 바칠 수도 있다고 하는 모험에 있다.

 

인간과 신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논리적인 판단이나 이성적인 지식이 적용될 수 없다. “신을 승인하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가슴 속의 뜨거운 심정이다.”

 

이성에 의해 판단되는 신이 아닌 심정에 와 닿는 신, 실존의 주체적인 고뇌와 좌절 속에서 체험된 신, 키르케고르가 대면하고자 했던 신은 바로 <신음하면서 구하는 자>만이 만날 수 있는 신이다.

 

키르케고르가 죽기 전에 자신의 묘비에 써 달라고 부탁했던 시구가 단독자로서 신을 구했던 그의 고독한 심경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제 잠깐이면 나는 싸움에 이기리라. / 그러면 모든 투쟁은 깨끗이 사라지리니 / 그때 나는 생명샘 가에서 / 나의 주와 영원히 영원히 속삭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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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8/09 [16:46]  최종편집: ⓒ kidok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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