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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속의 시대에 사는 현대인 192호
남 청 장로/前 배재대 교수,오정교회
 
오종영   기사입력  2019/04/26 [15:50]
▲ 남청 장로▲(전)배재대 교수/오정교회     ©편집국

오늘날 우리 사회의 화두는 ‘변화’인 것 같다. 1993년 삼성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회사의 간부들을 모두 모아놓고 “처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말이 마치 신호탄이라도 된 듯 우리 사회는 기업도 대학도, 정치도 경제도 ‘변해야 산다’고 모두들 변화를 외치고 있다.

 

빌 게이츠는 현대사회를 가리켜 우리가 미처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기도 전에 또 다른 세상이 우리 앞에 전개되리만큼 급변하는 ‘광속의 시대’라고 했다. 시대와 사회가 이렇게 급변하니 기업의 총수가 프랑크푸르트까지 간부들을 불러 따끔한 질책과 경고를 던진 것도 이해할만하다.

 

그런데 변화에 있어 중요한 것은 변화의 방향과 목적이다. 목적과 방향 없이 변화만을 외쳐대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마치 칠흑 같은 대해(大海)에 조각배가 태풍에 요동치며 어디론가 급히 떠밀려가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변화해도 변화의 중심은 변하지 말아야 하고 변화를 이끄는 변화의 기준과 목표는 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우리 사회는 무질서와 무원칙의 변화, 혼란과 혼동의 변화, 갈등과 투쟁으로 치닫는 변화가 우리 사회를 예측 불가능한 사회로 몰아넣고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일찍이 현대철학자 하이데거가 현대인들의 근본적인 기분을 불안(Angst)이라고 한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를 예측하고 말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렇게 급박하게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방식은 어떠해야 할까? 분명 세상은 더 빨라지고 더 복잡하고 그리고 더 흥미로워졌다. 그런데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우리에게 빠르고 편리한 생활을 보장해 주는 대신 우리에게 잠시도 쉴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루 종일 해야 할 일도 벅찬데 수시로 날아온 문자메시지 답장 보내고, 카톡이나 페이스북 체크하고, 이메일 확인하고, 블로그와 인터넷 검색하고... 쉴 새 없이 유입되는 정보가 우리에게 끊임없는 정신노동을 요구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지친 머리를 쉬게 하고 마음의 공간을 비워두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머리와 마음을 아날로그 시대로 돌려놓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친구를 기다리며 책을 읽거나, 보슬비가 하염없이 내릴 때 우두커니 서서 창밖의 풍경과 함께 먼 산을 바라보거나, 편한 의자에 앉아 멍하니 천정을 보며 시간을 죽이면서 얼마간의 게으름을 즐기는 것도 무익하지 않다.

 

빌 게이츠가 소중한 시간을 쪼개어 일주일 동안 생각주간(think week)을 정하고 미국 서북부 호수가 통나무집에 머물며 미래를 구상한 것과 같이 도시를 떠나 시골 마을길을 걷거나 인근 산속 산책길을 거니며 자신의 미래를 계획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상은 복잡하지만 본질은 단순하다”고 했다. 생각이 복잡해서는 본질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생각을 비우고 단순하게 사는 것이 필요하다.

 

은퇴한 한 철학교수가 자신의 좌우명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차선으로 살기”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질문한 사람이 다시 묻는다. “세상은 최선을 다해 살라고 하는데 왜 교수님은 차선으로 살라고 하십니까?”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최선이라는 말이 싫습니다. 최선은 내가 가진 100을 다 쓰라는 말인데 그러면 마치 종자 씨앗을 먹어 치운 농부처럼 내일을 기약할 수 없게 됩니다. 차선이라고 해서 적당히 살고 내키는 대로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이든 완벽에 매달리기보다 잘하는 정도에서 즐기고 만족한다는 뜻입니다. 최선을 다하자고 하면 일등이나 최고를 추구하게 되는데 그렇게 살면 경쟁에 매달릴 뿐 삶에 행복감을 갖지 못합니다.”

 

이제 우리 사회도 무한경쟁으로부터 좀 벗어났으면 좋겠다. 최고와 일등과 성공만을 외치지 말고, 차선을 살더라도 복잡한 생각 좀 내려놓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작은 성취에 만족하고, 지금 내 곁에 있는 행복을 찾아 누리는 좀 더 푸근하고 심플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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