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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만남 : 교육자란 어떤 사람인가?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오종영   기사입력  2019/01/03 [17:14]
▲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편집국

 혼혈아로 놀림받던 김요셉 목사(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 장남)의 사례를 보자.

저는 수원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까지 한국학교를 다녔다. 초등학교 4학년 되던 해 여름 안식년을 맞은 아버지를 따라 어머니의 고향인 미시건으로 갔다. 저희는 선교관이 딸린 교회의 학교에 다녔다. 학교가는날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아이들이 날 좋아할까? 생김새가 비슷하니 한국에서처럼 날 놀리는 아이들은 없겠지? 공부는 따라갈 수 있을까?

미국인인 엄마랑 영어로 대화는 하지만 영어공부를 해본 적도 없고 영어책도 읽을 줄 모르는데... 저는 그 때 알파벳도 모르는 채 4학년 교실에 배정되었다. 첫 시간은 어려운 단어들의 스펠링을 복습하는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두툼한 단어카드를 손 안에 감추고 말했다.

이쪽 앞줄부터 시작이야. 스프링그랬더니 맨 앞줄 아이가 일어나 말했다. “S.P.R.I.N.G” “좋아, 다음은 뉴스페이퍼저는 들을 줄만 알지 스펠링은 모르는데 첫날부터 창피를 당해서 앞으로 어떻게 학교를 다니지걱정이 태산이었다.

다음 단어를 읽기 전에 선생님이 다음 아이를 보다가 저와 딱 눈이 마주쳤다. 선생님은 카드를 내려 놓으시고 저를 불렀다. “요셉. 앞으로 나올래?” 얼굴이 빨개져서 앞으로 나갔더니 선생님은 저더러 칠판 앞 분필을 잡으라고 하셨다. “이 선생님 진짜 잔인하구나. 이제 나는 웃음거리가 되거나 바보가 되거나 둘 중 하나겠지.” 칠판을 향해 등을 돌리는 순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설명하셨다. “너희들에게 얘기했지? 요셉은 한국에서 온 선교사님 자녀야. 요셉은 한국이란 곳에서 태어나서 한국어를 아주 잘 한단다. 요셉아, 선생님 이름을 한국말로 써볼래? 선생님 이름은 샤프야.” 저는 칠판에 선생님 이름을 한글로 또박또박 적었다. 그것은 식은 죽 먹기였으니까. 쓰고 딱 돌아섰는데 교실에 난리가 났다. 친구들은 내가 무슨 이집트 상형문자를 쓴 고고학자 인 줄 아는지 탄성과 환호를 질러댔다. 용감한 남자애가 손을 들고 말했다. “내 이름도 한국말로 써 줄래? 내 이름은 탐이야”“내 이름은, 나도, 나도 나는 메리야. 나는 수잔이야이름을 적을 때마다 아이들은 감탄사를 내면서 박수를 쳤다. 근심과 두려움이 순식간에 기쁨과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선생님은 저를 자리로 돌아가라고 하며 말을 하셨다.

애들아 요셉이 한국말을 참 잘하지? 너희들도 선교사가 되려면 다른 나라 말을 이렇게 잘 해야 하는 거야. 알았지?”

그때 저는 한 줄기 따뜻한 빛을 느꼈다. 환하고 고운 빛이 내 안 어딘가에 숨어있는 어두움을 몰아냈다. 1년 내내 한국말로 이름 쓰기가 대유행이었고 저는 학교의 스타로 급부상하였다.

그 날의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뜨거워진다. 영어도 못하는 파란눈을 가진 아이가 될 뻔했던 저를 선생님이 스타학생으로 만들어 주셨다. 보통 전학 오고 영어 잘 못하는 학생은 문제아동이고 진도 나가는데 방해가 되는 아이로 생각해서 아무도 안 받으려 했을 것이다. 그럴 때 샤프 선생님은 저를 보셨다. 얘가 뭘 못하는지, 무슨 말썽을 피우는가 무슨 문제가 있을까를 본 게 아니라 제 안에 깊숙이 있는 또 하나의 저를 보셨다. 저를 보시는 선생님의 관심은 진도가 아니라 저의 존재였다. 저를 꿰뚫어 보실 줄 알고 저를 사랑하시는 선생님이셨다. 제가 못하는 것도 아셨다. 하지만 저의 잠재력을 더 잘 알고 계셨다. 한 아이를 부끄럽게 만들지 않으시고 인생을 빛 가운데로 인도해 주셨다. 혼혈아로 늘 열등감에 시달려온 저에게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자신감을 주셨다. 그래서 트리니티 대학원에서 기독교 교육학과 역사상 최연소 박사 학위를 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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