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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도 모르는 숙맥- 우리말 다듬기 - 169호
김진규 장로/(전) 공주대학교 사범대학장,대전산성교회
 
오종영   기사입력  2018/05/25 [15:38]
▲ 김진규 장로 ▲공주대 명예교수     ©편집국
요즈음 ‘주꾸미’를 ‘쭈꾸미’라고 잘못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발음도 [주꾸미]라고 해야 맞습니다. 이 ‘주꾸미’는 문어과에 속하는 동물로 다리가 8개 있고 얕은 바다 속의 자갈이나 모래 같은 진흙 바닥에 사는 연체동물입니다. 우리나라 남해안과 중국이나 일본 연안에도 분포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입맛에도 잘 맞아서 즐기는 요리입니다. 최근에는 너무 많이 잡아서 지난 5월 11일부터 8월말까지 주꾸미 남획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릴 정도입니다.

‘숙맥’도 ‘쑥맥’이라고 쓰면 틀립니다. 발음도 역시 [숙맥/숭맥]입니다. ‘숙맥’은 원래 ‘숙맥불변’(菽麥不辨)의 준말로, 콩과 보리를 분별 못한다는 뜻으로 어리석은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흔히 ‘철이 없는 어리석은 사람’을 ‘철부지’라 하는데, 숙맥과 비슷한 말입니다.

한 나라의 말은 그 시대의 정서나 정신을 대변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시대의 삶이 어렵고 고통스러우면 말도 거세지고 어법에도 벗어나 혼란스러워집니다. 우리말의 역사를 보아도 어려운 시대를 지나며 고운 우리말이 많이 파괴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옛날은 중국문화를 받아들이면서 고운 우리말들이 한자말로 바뀌는 아쉬움이 있었고, 조선의 유교문화는 한자 한문 투의 말들이 들어와 고운 우리말의 잡초가 되었습니다. 특히 20세기 초부터는 일본의 강점으로 우리말의 수난이 극에 달했고, 해방이 되고 나서도 한국전쟁을 겪으며 우리말의 파괴는 계속되었습니다.

우리말을 곱고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 해야 될 일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 하나가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발음하는 경음화 현상입니다. 국어의 된소리(경음)는 ‘ㄲ ㄸ ㅃ ㅆ ㅉ’ 등 5개가 있습니다. 이들의 발음은 소리 나는 자리나 소리 내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강한 소리로 언어 정서에 부담을 주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우리말 어법에서는 이미 굳어진 된소리 발음은 어쩔 수 없지만, 필요 이상으로 된소리로 발음하는 것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글로 기록할 때도 될 수 있는 대로 평음을 쓰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면, ‘ㄱ, ㅂ’ 받침 뒤에 오는 된소리는 ‘국수, 깍두기, 색시, 갑자기, 몹시’처럼 평음으로 적어야 됩니다.

한자에서 온 우리말 표기는 ‘씨(氏), 쌍(雙), 끽(喫)’ 외의 모든 한자어는 평음으로 적어야 됩니다. 그리고 외래어 표기에서도 ‘버스, 가스’처럼, 파열음 표기에서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문화관광부의 국어심의위원으로 위촉되어 봉사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말 맞춤법과 표준어를 비롯한 우리말 어문정책의 제정과 개정을 심의 결정하는 기관입니다. 거기서 ‘오순도순, 먹을거리, 손자, 남우세스럽다’ 등을 ‘오손도손, 먹거리, 남사스럽다’ 등 수십 개의 우리말을 복수 표준어로 추가하면서, ‘눈초리, 자장면’도 ‘눈꼬리, 짜장면’라고 된소리로 써도 모두 맞게 정하였습니다. 언어 사용의 주인은 언중 즉 국민이기 때문에 국어를 사랑하는 국민의식이 중요합니다. ‘국어 사랑 나라 사랑’ 교육도 중요할 것입니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고추, 버스, 가스, 재즈’를 ‘꼬추, 뻐스, 까스, 째즈’로 쓰자는 심의가 올라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주꾸미 보존을 위해 엄청난 벌금을 부과하기에 앞서서 곱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랑하는 국민의식부터 바로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주꾸미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숙맥’부터 약간의 범칙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생각해 봄 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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