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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 160호
남 청 장로/(전)배재대 대학원장,오정교회
 
편집국   기사입력  2018/01/15 [15:44]
▲ 남청 장로▲(전)배재대 교수/오정교회     ©편집국
키르케고르는 그의 대표적인 저서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모든 인간이 육신의 병을 품고 살듯이 모든 실존은 절망이라는 정신의 병을 품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절망이란 모든 인간이 아닌 실존이 갖는 정신의 병이다. 참된 삶을 살아가려는 인간만이, 실존적인 자각을 가진 자만이 절망할 수 있다. 되는 대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없기에 깊은 절망도 갖지 않는다. 절망의식은 실존적 자각이 커지면 커지는 만큼 비례하여 커지는 것이다.

키르케고르에 의하면 절망의 시작은 ‘절망에 대한 무지’ 즉 절망을 절망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자신의 실존적인 삶이 절망적인 상태에 있으면서도 그것을 절망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바로 최초 단계의 절망이다. 인생의 쾌락만을 향유하려는 자, 지성의 논리에 안주한 교만한 이성주의자, 피상적인 종교인과 같은 자들이 이러한 최초 단계의 절망의 병을 앓고 있는 자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절망은 치명적인 절망은 아니다. 이것은 절망의식이 결여된 데서 나타나는 절망이기에 절망을 자각함으로써 극복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절망이 있는데 그것이 곧 ‘자기포기의 절망’이다. 이는 절망하여 자기 자신이 아니려고 하는 절망을 말한다.

절망의식을 자각한 실존이 자신의 삶의 밑바닥에 오직 허무의 심연(深淵)만이 자리 잡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 그의 절망의식은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격화되고 드디어 그는 실존적 주체로서의 자신을 단념하고야 만다.

선한 양심을 가지고 도덕적으로 성실하게 살고 인생의 참된 가치를 추구하려는 노력이 지속되면 될수록 자신의 삶에 부과된 의무와 책임을 감당해 나가야 하는 자신이 얼마나 무력하다는 것과, 엄격한 도덕률 앞에 자신의 양심이 끊임없이 가책을 받고 있다는 것과, 자기가 추구하는 참된 가치의 완성과 실존의 성취가 얼마나 어렵다는 것 등을 발견할 때 그는 감당키 어려운 절망에 빠지고야 만다.

자신의 무력함과 무가치함을 발견한 그에게는 강한 자기혐오와 자기부정의 충동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러한 상태에 빠진 실존이 쉽게 죽음을 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절망이란 죽음이 희망의 대상이 될 정도로 위험이 클 때 어떻게 해서라도 죽을 수 없다고 하는 ‘죽음에 대한 희망이 없어진 상태’를 말하기 때문이다.

참된 자각적 삶을 살아가는 실존에게는 자신의 삶이란 이 우주 전체와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쉽게 자신의 삶을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절망적인 자신의 삶을 붙잡고 있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와 같은 자기포기의 절망은 마침내 ‘절망에의 의지’라는 마지막 단계의 절망에 이르게 한다. 이는 바로 ‘절망하여 자기자신이려고 하는 절망’을 말한다. 즉 절망하여 그 절망을 벗어나려 하기 보다는 절망 속에 머무르려고 하는 절망을 말한다.

자기 자신이기를 단념하고 죽음을 선택하려는 실존에게 드디어 그 절망으로부터 벗어날 길이 제시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모든 절망을 짊어지고 신 앞에 홀로 서는 것이다. 이것만이 절망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모든 절망은 절대적 무한자 앞에서만 비로소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망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제시되었으나 이를 거부함으로 인한 절망, 즉 신 앞에서 절망하여 자기 자신이 되려고 하는 반항적 절망, 절망을 극복하는 유일한 가능성으로서의 신과의 관계를 거부하는 절망이 곧 ‘절망에의 의지’이며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이것은 신 앞에 선 자가 마지막 극복해야 할 절망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일체의 것을 신 앞에 맡긴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만이 실존적 절망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면 우리는 모든 절망을 지고 신 앞에 홀로 설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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