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목사/영화평론가,대전대성고 교목 ©편집국 | |
<타이타닉>(1997)이란 영화가 있었다. 극적인 만남과 아름다운 장면, 오랜 후의 기억. 그리고 그게 사랑이었다고 말하는 영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이라는 스타 배우가 나오는 유명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1999)이라는 영화가 있다. 중국 영화고, <타이타닉>만큼 흥행하지도, 유명하지도 않았다. 중화권을 대표하는 여배우 중 한 사람인 장쯔이의 데뷔작이고, 중국 5세대 영화의 거장 장이모우의 소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도 주제는 사랑이다.
<집으로 가는 길>은 여러모로 <타이타닉>과 대비된다. 둘 다 현재 시점으로 할머니가 된 여인들의 회고담이다. 그러나 낭만성과 극적인 상황이 강조된 <타이타닉>과 달리 <집으로 가는 길>은 가난한 농촌 처녀의 순박한 사랑과 그녀가 처한 현실이 제시된다. 넓은 바다와 거대한 유람선, 피하고 싶은 결혼의 상황에 만난 치명적 끌림, 그리고 목숨을 버리고 자신을 살려준 사나이에 대한 기억의 <타이타닉>은 공간의 영화이다.
이에 비해 <집으로 가는 길>은 시간의 영화이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사랑. 척박한 시골에서 평생 가난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지낸 사람과 그의 일을 사랑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잘 생기지도, 멋스럽지도 않은 사나이, 그저 미소가 순박한 시골 선생님을 사랑하는 여인 자오디. 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50년대 초 농촌의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선생님을 초빙하고, 학교를 세우고, 아이들을 가르치려는데 그 선생님은 무슨 문제가 생겨 다시 도회지로 나간다.
촌장 집에 머물며 마을의 집들이 돌아가며 식사를 대접하는데, 그를 사랑하게 된 자오디는 만두를 빚어 먼 길을 가는 선생님에게 주려다가 그만 그릇을 깨뜨린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를 정인을 기다리며, 그녀는 시름시름 앓아눕고, 그녀의 눈먼 어머니가 그릇 고치는 사람을 불러 깨진 만두 그릇을 되붙이는 장면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집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다 눈이 먼 어머니가 사랑을 잃고 아파하는 딸을 위해 그릇을 붙여주는 모습과, 자오디가 아픔을 딛고 일어나 선생님 없이 버려둔 학교를 깨끗이 치우고 창호지로 문을 바르고 예쁘게 꾸미는 모습, 그리고 그런 부모 세대의 사랑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1인칭 서술자 아들의 목소리는 이 영화가 오랜 시간을 통과한 사랑에 대한 예찬임을 알게 한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에는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도회지에 살다가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고향에 돌아온 아들이 어머니를 위로하는 영화 초반부, 초라한 시골집 벽에 붙은 <타이타닉> 영화 포스터가 분명하게 보인다. 매우 이질적이면서 이른바 상호텍스트적이라 할 만한 장면이다. 이는 영화의 주제가 특별한 공간에서 우연히 끌린 치명적이고 짧은 사랑이 아니라 일상의 공간에서 삶을 함께 한 사랑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랑은 예술의 영원한 테마라 한다. 그러나 가정의 달에 생각하는 사랑은 <타이타닉>보다는 <집으로 가는 길>에 가깝다. 고린도전서 13장에도 사랑은 그 무엇에 우선하여 오래 참는 것임을 말씀한다. 끌림도, 매혹도, 운명도, 치명적인 낭만도 사랑의 어떤 모습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랑은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다. 삶을 함께 하며, 기다리며, 그 사람의 꿈과 일을 지지하는 것. 그 구체적이고 풍성하며 충만한 사랑을 생각한다. 부모 세대의 사랑이 후대에게 귀하게 기억되고, 자녀 세대의 사랑을 부모가 따뜻하게 품어 격려하는 아름다움을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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