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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관 목사(맑은샘교회) 141호
꽃과 눈물
 
편집국   기사입력  2017/04/14 [15:48]
▲ 곽윤관 목사/맑은샘교회     © 편집국
이탈리아의 전통음악에 머물던 칸초네가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음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밀바(Milva)의 공로가 크다. 그녀는 1960~70년대 대단한 가창력으로 칸초네 특유의 서정적인 선율에 다른 팝 음악의 매력을 융합하여 유럽 전역과 세계의 펜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칸초네의 여왕’이라 불리며 칸초네를 프랑스의 샹송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팝음악의 확실한 지분을 확보하게 하였다. 그녀의 대표곡 중의 하나가 리멘시타(Limensita)이다. 이 곡은 색소폰을 불면서 많이 들어 귀에 익은 곡이지만 가슴시린 애절한 원래의 제 맛을 내며 불기가 쉽지 않은 곡이다. 그러나 고수들의 제대로 된 연주를 듣다 보면 누구나에게 한번쯤 있을 법한 시리도록 아픈 가슴앓이가 떠오르며 칸초네의 슬프고도 강렬한 감동에 온몸이 빠져들곤 한다. 국내에서는 가수 이미배씨가 번안하여 발표한 곡으로 ‘눈물 속에 피는 꽃’으로도 알려져 있다. 사실 노랫말은 나중에 알았는데 이렇게 되어 있다.

“나는 믿어요/ 지금 흘러내리는 눈물 눈물마다/ 새로운 꽃이 피어날 것을/ 그리고 그 꽃잎 위에 나비가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나는 믿어요/ 영원 속에서 나를 생각해주고/ 나를 잊지 않을 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그래요/ 언젠가 나는 찾을 거예요/ 내 일생동안 혼자는 아닐거예요// 나는 알아요/ 보잘 것 없는 나를 위해/ 영원 속에 한 사랑이 있다는 것을// 그래요 내 일생 동안 혼자는 아닐거예요// 나는 알아요/ 이 하늘보다 더 높고 넓은 영원 속에/ 작은 마음이 살아 있다는 것을”

봄철이다. 이곳저곳에서 봄꽃들이 만개하고 있다. 지난 2월, 하동 섬진강을 내려다보는 최참판댁 뜰에서 처음 보았던 매화가 아파트 화단에 피었고 목련이 피고 개나리가 울타리 가에 얼굴을 내밀더니 드디어 벚꽃이 흐드러지게 세상을 밝힌다. 이 봄꽃들이 피어나기 위해 어떤 눈물을 흘렸는지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겨우내 매서운 찬바람과 추위를 이겨낸 봄꽃들의 인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가치 있는 눈물들은 방울방울 꽃 한 송이를 피어내리라는 믿음을 갖자. 겨울의 인고는 봄꽃으로 피어나는 것을 배우자. 나의 눈물이 깔끔하지 않다고 포기하지 말자, 나의 인내가 온전하지 않다고 탓하지 말자.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시에서 도종환 시인은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사는 삶이 어디 있으랴”

새벽기도를 눈물 흘리며 간절하게 하신 집사님과 기도실을 나서면서 마주쳤다. 아직 눈에는 눈물이 글썽글썽 담겨 있다. 그러면서 밝게 웃으신다. 동터오는 아침 햇살이 눈에 부시다. 나는 아직도 그 눈물과 웃음과 눈부신 햇살을 기억한다. 눈물은 슬픔이 아니라 아름다움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희망을 본다. 주님도 이 아름다움을 보셨으리라! 눈물 속의 감사가 아름답지 않은가? 눈물 속에 감사를 해 본적이 있는가? 그는 주님이 얼마나 기뻐하시는지 깨달았으리라. 그리고 가치 있는 눈물 다음엔 기쁨과 보람이 있음을-----

어느 시인은 “꽃 피어 자책합니다. 참 많이도 모자랐지요.// 저 꽃들이, 무수한 꽃송이, 송이들이 당신의 귀엣말인 듯하여 낯을 들지 못합니다. 감히 무어라 고개를 들어 답하지를 못합니다.// 밤 새워 지키고 선들 어쩌지를 못합니다.”(이정환의 ‘봄의 자책2’)라고 고백했다. 그러고 보니 꽃들이 이렇게 아름답게 지천으로 피어날 동안 나는 대체 무엇을 했나 싶다. 하나님을 기쁘게, 사람들을 기쁘게 저 꽃들이 저렇게 필 동안 나는 뭘 했나 부끄럽다. 봄이 오면 꽃피고 바람 불고 새가 날고 물소리 맑고 이렇게 할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하나님께서 지극히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실 때 나의 초라함과 추함이 나타나는 듯하다.
 
주님을 알아본 베드로가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한 것처럼 지극히 참되시고 선하시고 아름다운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기만 하면 우리의 죄스러운 것과 부족한 것이 선명히 나타난다. “주님! 꽃보다 아름답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럴 때 내가 주님께 드릴 수 있는 것은 김현승 시인과 같이 “더욱 값진” 그리고 “나의 가장 나중 지닌 눈물”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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