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ㅣ칼럼 > 목회칼럼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진수일 목사(사랑교회) 116호
버리는 훈련
 
편집국   기사입력  2016/04/22 [15:05]
▲ 진수일 목사/사랑교회     ©편집국
“영어의 Unlearn은 ‘버리다’라는 의미이다. 이젠 버려야 한다. 우리는 버리기 위해 배운다.”라는 말은 故 박윤선 박사가 신학교 교단에서 제자들에게 가르친 교훈이다. 오랜만에 만난 원로를 통해 이 말을 들었다. 새삼스럽다고 생각했던 것은 모든 것들을 지금까지 그냥 막연히 붙들고만 있었던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신학을 하는 것은 버리는 훈련이다. 무섭게 책을 독파하고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열정이 필요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을 송두리 채 버려야 할 때가 온다.” 이는 신학만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 또한 마찬가지이다. 버리는 훈련을 지속하지 않으면 욕심으로 가득 채워지기 마련이다. 자아의 고집스런 모습과 목이 곧고 거만한 것들로 자신에게 넘쳐난다.
 
주님은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다.”고 하셨다. 주님이 전한 복된 자리는 지속적으로 버리고 있는 존재의 자리이다. 주님은 끊임없이 버리고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어 결핍된 자리에서 애통하는 바로 그 자리에 머무는 자가 복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자기 확신을 버려야 비로소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다.
 
교회의 문제가 끝이 없어 보인다. 무엇이 문제인가. 총체적인 원인을 말하겠지만 그 중에서 한 가지를 뽑으라면 욕심일 거라 확신한다.
 
이는, 복된 자리는 많은 것을 채워가는 것이라 가르친 한국교회의 원인이 크다 하겠다. 우리는 지금까지 버리기 위해 배우고, 다른 이들을 위해 많은 것을 양보하기 위해 우리는 지속적으로 배우고 훈련했던 것이 아니었나. 우린 버리기 위해 아니 더 많은 것을 포기하기 위해 지금까지 기도했고 지금도 기도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한국교회는 이제 모든 곳에서 많은 것들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버려야 한국교회가 산다. 교회가 살아나야 성도가 살고 미래가 소망이 있다. 만사에 때가 있는데 이때는 버려야 하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지금까지 설마 했다면 이제는 정말 큰 그림을 보고 기회를 잃지 말아야 한다. 이정도면 아직 희망 있다고 다시 더 늦추다간 한국교회 모두 힘겨운 바닥을 치게 될 것이 뻔하다.
 
교회는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들에게 긍휼을 베푸셨던 세상에 긍휼의 사역을 통해 복음을 전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풍족한 물질을 의지하는 줄을 끊고 그 단단한 줄을 버려야 한다. 세례 요한이 외치던 요단강의 한적한 광야로 나아가야 한다. 풍족하게 채워지고 결핍함이 없는 것이 하나님이 주신 복이라고 착각했다면 이제 그 복을 내려놓아야 한다.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채워졌다면 이제는 다 버려야 산다.
 
한국교회는 자신의 역량보다 더 큰 사역을 감당하려는 과욕을 버려야 한다. 하나님의 일을 묻는 질문에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무엇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을 믿는 것이다. 존재의 가치를 추구하는 비전으로 돌아서야 한다.
 
교회의 싸움이 어디에서 오는가.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다른 이해 때문일 것이다. 세계사에 이처럼 많은 교단 교파가 있다는 것은 다양성으로 합리화하기에 너무 사치스럽다. 아니 세상에 어떤 이들이 너그러이 이해를 해 주겠는가. 부끄러운 일이다. 이는 신학과 배움에서 가득 채워져 날카롭고 예리하여 서로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버려야 함께 할 수 있는데 버리지 못하고 어찌 하나가 될 수 있겠는가. 교권과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자기 확신을 과감하게 버리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없다.
 
 
 
 
저작권자 기독타임즈 ⓒ무단전재 공유언론사, 협력교회 및 기관 외 재배포 금지
대전충청지역 대표 기독교주간신문사 기독타임즈(kdtimes@hanmail.net)
운영이사장=정민량 목사ㅣ 발행인=오종영 목사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6/04/22 [15:05]  최종편집: ⓒ kidoktimes.co.kr
 
  • 도배방지 이미지

가장 많이 읽은 기사
봉쇄수도원에 입소하는 갈보리교회 강문호 목사 / 오종영
주님의 지상명령과 약속 (마태복음 28:16-20) 179호 / 오종영
십자가의 도 (고린도전서 1:18) 255호 / 편집부
특별기고)영지주의란 무엇인가(3) / 오종영
에티오피아 여왕 간다게의 내시, 그는 누구인가?④ / 편집국
구원파는 왜 이단인가? ⑤ / 편집부
구약의 선지자들 / 편집부
반석 위에 지은 집!(마태복음 7:21-27) 176호 / 오종영
3월 31일(부활주일) 오후3시 둔산제일교회에서 만납시다. / 오종영
그리스도인의 세 가지 정체성 (갈 2:20) 90호 /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