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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로 나아가자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편집국   기사입력  2017/12/15 [16:13]
▲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편집국
뮌헨에 있는 유대인 학살 기념관에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반드시 똑같은 과오를 재범한다.”라는 표어가 쓰여 있다. 옛날의 아픈 역사, 부끄러웠던 조상들의 잘못을 그대로 인정하고 후대에게 보여줌으로 같은 잘못을 다시는 저지르지 않으려는 각오인 것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인간은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 칼라일도 “인간은 죄 짓게 되어 있고, 하나님은 용서하게 되어 있다.”(To err is human, to forgive is divine.)는 명언을 남겼다. 여러 번 잘못할 수 있지만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것은 진짜 잘못이라는 말이다.

마이클 하긴스 아일랜드 대통령이 2014년에 아일랜드 정부수반으로는 처음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윈저 성에서 환영만찬을 하면서 식민지배가 낳은 200년의 앙금을 풀었다. 이 자리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과거에 미래가 저당잡혀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양국 관계에 획기적 돌파구를 연 것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였다. 블레어는 취임 후 첫 방문지로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를 찾았다. 그는 대중 앞에서 19세기 영국인의 착취로 아일랜드인 200만 명이 굶어죽은 대기근에 대해 사과하였다. 양국 관계 개선에 여왕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여왕은 2011년도 아일랜드를 방문하여 독립전쟁 중 사망한 아일랜드인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했다. 이같이 지도자들의 솔직한 과거사 반성이 미래 지향적인 협력을 이끌어내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07년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예루살렘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에 가서 나치 정권에 희생된 유대인들을 추모하였다. 이듬해 국빈 방문 때에도 의회 연설을 통해 “독일의 이름으로 자행된 600만 유대인 대학살은 전체 유대인과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에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줬다.”고 사죄했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은 예루살렘의 대통령 관저에서 메르켈 총리의 목에 가장 영예로운 훈장인 “명예시민 메달”을 걸어주었다.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피해자’의 화해와 용서가 빚어낸 아름다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일본과 독일은 나란히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 국가들이었다. 전후 급속한 성장을 통해 세계 2~3위의 경제대국이 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렇지만 두 나라의 국제적 위상은 크게 차이가 난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또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의심을 갖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일본이 힘을 과시하는 조짐을 보이면 아시아의 주변국들은 바싹 긴장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인다.

일본의 일부 정치인과 혐한 단체들(그들은 우익단체라기보다 극단적인 국수주의자(國粹主義者)들로 보아야 한다.)은 지금도 위안부에 대한 망언을 쏟아내고 역사인식을 왜곡해 일본 내 초·중등 교과서에 독도(일본은 다케시마/竹島)를 자기네 영토인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식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그 자신이 전범(戰犯)의 후손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식민지배나 위안부 강제 동원 등을 사죄하기는커녕 전임자들의 사과까지도 뒤집으려고 하면서 메르켈 총리가 예루살렘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에서 피해자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할 때, 아베 총리는 일본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에 가서 1급 전범들의 위패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독일은 반세기 넘게 전 세계와 이스라엘에 대해 거듭 사죄하고 계속 엄청난 배상을 해왔다. 이스라엘을 방문한 메르켈 총리는 나치에 희생된 유대인들을 추모하는 기념관을 방문해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만이 미래를 가질 수 있다!”라는 글을 남겼다.

어느 나라나 어떤 개인에게도 부끄러운 과거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독일처럼 그 기억을 후손들에게 진솔하게 알리고 회개함으로 같은 잘못을 재범하지 않게 하며 새로운 미래로 나가게 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하실 수 있는데 두 가지를 못한다고 한다. 첫째는 하나님은 죄를 지을 수 없고 둘째는 회개하지 않는 사람(국가)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독일과 일본의 차이는 종교적 차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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