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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의 참맛 148호
김진규 장로/공주대 명예교수
 
편집국   기사입력  2017/07/24 [14:30]
▲ 김진규 장로 ▲공주대 명예교수     ©편집국
전라도 남쪽 지방이 고향인 신부와 경상도 경주가 고향인 신랑이 결혼을 했답니다. 둘이는 모두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되도록 표준어를 쓰면서 알아듣지 못하는 심한 사투리는 서로 잘 설명해 주면서 잘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고향에서 전화가 올 때면 문제가 된답니다. 전라도에 계시는 장모님으로부터 사위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어쩌냐, 에미 밥값은 허냐?”라고 물었답니다. 엉겁결에 “예”라고 대답했다는데, 사실은 ‘아이를 가졌느냐’라는 뜻인데, 잘못 대답한 것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양쪽 사돈이 서울에 와서 만나실 때라고 합니다. 양쪽 사돈이 각자 고향 사투리를 얼마나 심하게 쓰시는지, 아내는 전라도 사투리를 통역하고, 남편은 경상도 사투리를 통역하면서 웃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답니다. 조금만 통역이 늦으면, 저쪽에서 “뭐라카노?” “뭐라카노?”라고 하는가 하면, 이쪽에선 “아따, 뭐시라 허신지 한나도 못 알아 묵것다. 애비야”라고 하고, 다시 “뭐라꼬?”에, “뭐시라고 허신다냐이?”라고 하며 온 가족이 웃음바다가 된다고 합니다. 특별히 경주를 별로 떠나본 적이 없는 시어머님의 사투리는 수준급이랍니다.

“빼다지에서 버신 가온나.” (서랍 속에서 버선 가져와라.)
“단디 보고 해라카이.” (잘 보고하라니까.)
“머시마가 애리애리한 기 파이다.” (남자애가 여려서 별로이다.)
“섣낟삐까리를 누 코에 붙이노?” (그렇게 양이 적어서 누구에게 주나?)
“참지름 정맬로 꼬시다.” (참기름 진짜 고소하다.)

비록 순조롭지 못한 대화를 나누지만, 서로 간의 오가는 깊은 정은 듣는 아들과 며느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답니다. 늘 함께 사는 남편과 아내의 사투리 표현도 서로 많이 쓰다보면, 전라도 아내여서 상냥하고 경상도 남편이어서 믿음직하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사투리는 그 지방의 깊은 정을 듬뿍 담고 있다는 데에 참맛이 있습니다. 방언이라고도 하는 이 사투리는 지방마다 산맥이나 강물을 따라서 예로부터 생겨난 말입니다.

크게 보아 우리나라에는 7~8가지 방언이 있다고 합니다. 방언 중에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의 중심이 되는 서울지방의 말을 표준어로 정한 것입니다. “괜찮습니다.”(서울) “일 없구만유.”(충청) “됐어라.”(전라) “개안타”(경상)

사투리를 사용하는 일은 부끄럽거나 잘못된 일은 아닙니다. 다만 공적인 자리에서나 학교교육의 현장, 방송 및 설교 등 대표성을 가진 말이나 글처럼 정확성이나 객관성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이 우리 국민으로서의 의무일 것입니다. 표준어를 사용하면 격조 있는 좋은 말이고, 사투리는 품위 없고 부끄럽다는 생각은 정말로 잘못된 것입니다. 오히려 사투리를 사용할 때 고향의 맛과 정이 짙게 나타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품위 없는 속어나 비어를 사용하거나,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을 사용하는 일입니다. 더욱이 요즈음은 국적도 모르는 외국어를 남용하는 일은 심각한 수준을 벌써 넘어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들의 말이 중요하다고 하나, 더 중요한 것은 그 말의 근원이 되는 마음이겠지요. 아무리 현란하고 논리적인 말을 한다 해도 그 속에 진실한 마음,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한낱 거짓에 불과하겠지요.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고전 13:1)

참된 사랑과 그 지방의 정이 물씬 풍기는 사투리를 정겹게 사용해서 우리의 마음의 삶이 더욱 풍성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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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7/24 [14:30]  최종편집: ⓒ kidok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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