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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왜 이상이 필요한가 87호
남 청 장로(오정교회/배재대 명예교수)
 
편집국   기사입력  2015/03/16 [14:22]
▲ 남 청 장로(오정교회/배재대 명예교수)     © 편집국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세기적 염세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행복은 고통의 부재(不在)를 말한다. 행복은 구름 사이로 잠시 비치는 햇빛에 불과한 것이다.”라고 했다. 인간의 삶은 항상 고통스러운 것인데 그 고통이 잠시 사라진 상태가 곧 행복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세계를 본질적으로 고통의 세계로 보았다.
 
 쇼펜하우어가 이 세계와 인생을 이렇게 비관적으로 본 것은 근본적으로 그의 인간관 때문이다. 그는 인간을 ‘맹목적인 욕망의 덩어리’로 보았다. 모든 인간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원초적인 욕망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식욕, 수면욕, 성욕, 명예욕, 성취욕, 권력욕, 소유욕 등 실로 인간은 무수한 욕망의 덩어리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인간의 무한한 욕망들이 현실 속에서 쉽게 충족될 수 없다는데 있다. 끊임없이 분출되는 인간의 욕망 앞에 현실은 언제나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충족되지 못한 욕망은 언제나 고통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쇼펜하우어의 주장이다.
 
 그런데 쇼펜하우어가 인생을 고통으로 본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욕망의 성취 다음에는 언제나 권태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흔히 욕망이 성취되는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욕망의 성취가 권태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물론 우리는 욕망을 성취했을 때 순간적으로 행복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잠깐이요 곧 권태가 뒤따른다. 예컨대 ‘저 사람하고 결혼 할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을 텐데...’라고 생각하나 막상 결혼하고 나면 행복은 잠깐이요 뒤따르는 것은 권태뿐이라는 말이다.
 
 오래 전 어느 신문에 연세대학교 마광수 교수의 칼럼이 실린 적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1980년대에 쓴 책들을 연대순으로 열거했다. 처음에 나온 책이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라는 수필집이었고 그 다음이 『가자 장미여관으로』라는 시집이었으며 세 번째가 『권태』라는 장편소설이었다. 그는 이 세 권의 제목들을 순서대로 나열해 보고 그 제목이 주는 상징성에 대해 무서운 암시력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세 개의 제목들을 연결해 놓으면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이 된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았다. 그래서 천신만고 끝에 그 여자와 함께 장미 여관에 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막상 사랑을 나누고 보니 결국은 권태로웠다.’ 이런 마 교수의 글을 통해 우리는 쇼펜하우어가 욕망의 성취는 행복이 아니라 권태라고 한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의 욕망과 소망을 어떻게 성취하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욕망, 어떤 소망을 바라는가 하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욕망과 소망을 성취하더라도 그로부터 참된 만족과 행복을 얻을 수 없다면 그러한 욕망과 소망은 추구할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권태가 뒤따르지 않는 참되고 영원한 가치를 욕망하고 소원해야 한다.
 
 우리가 높은 이상(理想)을 설정하고 이에 도달하기 위해 몸부림쳐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상이란 가장 높이 승화된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을 말한다. 그것을 얻자마자 곧 권태가 뒤따르는 저급한 욕망이 아니라 비록 거기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보일지 모르나 그것을 성취하면 참된 만족과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높은 차원의 이상이 우리에게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대의 꿈이 한 번도 실현되지 않았다고 해서 슬퍼하지 마라. 진실로 슬퍼해야 할 것은 한 번도 꿈을 꿔 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어느 시인이 한 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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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3/16 [14:22]  최종편집: ⓒ kidok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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