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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림 집사(동대전성결교회) 59호
그 날의 기억들
 
편집국   기사입력  2014/02/14 [10:02]
▲ 김경림 집사(동대전성결교회)     ©편집국
얼마 전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일이었다. 책을 많이 읽으시고 그림 그리기도 좋아 하셔서 스물 즈음부터 어깨 너머로 배운 그림을 그렸는데 화가 부럽지 않게 그리셨다. 흰 천에 고목나무, 그네 타는 여인, 그리고 천장에 금붕어를 그리셨는데 어린 나이에 아버지 그림을 보았지만 아까운 솜씨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예수님을 모르신 채 돌아가셨다. 돌아가신 지 20여년이 지나 동생의 사정으로 우리 집에서 추도 예배를 드리게 됐다. 대청소하고 하지 않던 음식을 하면서도 힘들지만 뿌듯했다. 아버지께서 일찍 세상을 뜨셔서 따뜻한 밥 한 끼 못 해드렸는데 오늘은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음식을 샀다.
 
딸기는 마음 아픈 사연으로 드시지 않으셨고 신고배와 감, 대추, 고구마 깎은 것들을 좋아하셨다. 아이들에게 외할아버지가 어떤 분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예배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눈치라 몹시 서운했다. 이 세상 소풍처럼 살다가 돌아가는 곳이 주님 곁이지만 생전에 뵙지 못 한 외할아버지를 마음속으로나마 기억하기 바라면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레미제라블’을 좋아하신 감성이 풍부하고 지금 같으면 좋은 글을 쓰셨을 거라 생각하면 할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음에도 아이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나도 늙어 내 아들 딸의 손자한테 기억해 줄 만한 것이 있을까. 우리 할머니를 기억 할만 한 말이나 물건이 있을까 생각해보았지만 아직은 진행 중이고 미완성 한 것 들 뿐이다. 혹시 아픈 것만 기억하는 것은 아닐까.
 
이 세상 살아가는 동안에 죽는다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누가 날 기억하든 잊든 아무 의미 없으며 저 천국 하나님 품에 안기면 그만이라고 말하고 있는 친구도 있지만 난 가까이에서 젊은 이십대의 미혼모가 난치병으로 병원에서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는 동안, 아버지 병원비 무서워 사라져버렸고 유치원 다니는 아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교회 집사님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정말 아무 것도 없는 인생이었다. 매일 가서 기도하고 일어나게 생명줄 놓지 말라고 격려했지만 그 젊디젊은 여인을 의사가 더 이상 의미 없는 것이라는 말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마음은 풍성하지만 모두 겨울 살고 있는 마음 따스한 소시민일 뿐이기 때문이다.
‘서울 가면 나을 수 있을 텐데’
‘여기보다 시설 좋은 곳에 가면 깨어날 텐데’
그렇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못 했다. 병원비를 감당 할 사람도 서울까지 가족을 남겨두고 따라 갈 사람도 없었다. 오직 할 수 있는 것은 기도 밖에 없었다.

아직도 그녀를 하늘나라로 데려 가신 데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 생각하지만 죽는다는 것 주검을 본다는 것 빈 몸으로 왔다 정말 빈 몸으로 간다지만 창호지 한 장 걸치고 갔다.

잘 웃는 그녀 얼굴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너무 아프면 음식을 못 먹는 그녀가 아프긴 해도 이승을 떠난다는 것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그녀가 없는 엄마 대신 엄마이길 바랐던 사람들 나도 너도 미안하다. 그녀가 힘들 때 ‘괜찮아’ ‘힘들지’ 한 마디 하면서 손잡아 줬다면 외롭지 않았을 텐데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를 배워가면서 하고 주일학교 아이들을 가르치고 성탄절 공연 준비도 하고 정말 할 일이 너무 많은 그녀인데…….

기도를 열심히 했던 그녀 키가 작아 힘에 겨울 아이를 업고 이십분을 걸어 교회와 주님과 대화하기 가장 좋은 새벽에 주님과 깊은 대화에 빠졌던 그녀 잘 웃어주고 새로운 사람이 오면 먼저 가서 챙기고 안아주던 그녀, 이제 없다.

육신은 공원묘지에 영혼은 하늘나라로 갔다. 참 몇 년이 지났으니 그녀의 아이도 많이 컸겠지? 그녀의 아버지는 언제쯤 딸의 아들을 찾을까? 그 아이의 육신의 아버지는 아이 걱정 없이 잘 살 수 있을까? 그렇게 잊고 살아도 죄 의식 없을까? 나도 죄인인걸. 그녀 아이를 위해 기도해주고 손닿는 위치에서 가까이 보겠다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가끔 소식과 작은 선물들을 보내 왔을 뿐.

‘죽으면 끝이야 그 이후를 생각 할 필요 없어.’
내 장례식에 누가 왔던 내 장례식에 남방을 입히든 수의를 입히든 그것은 다른 사람의 몫이라 해석하면서도 많이 슬펐다. 그 친구의 신앙에 탄복했고 그러지 못 한 나는 아직 신앙의 깊이가 낮은가보다 생각하면서도 슬픈 것은 슬픈 거고 외로운 것은 외로운 것이다.

이제는 정리를 잘 할 때인 거 같다. 나눌 것 나누고 버릴 건 버리고 머리의 짐도 마음의 짐도 덜어 내야 할 때이다. 겨울이면 이제 지는 계절이다. 누구도 믿음을 측량 할 수 없다. 탑을 쌓아가는 믿음도 있고 물을 퍼 나르는 믿음도 있으며 길을 따라 외치는 믿음도 있다.

네가 옳고 내가 그르지 않다 네가 그르고 내가 옳지 않다 하나님 보시기에 먼지 같은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으로 오늘도 살고 있다.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하고 아픔을 느끼는 것에 감사하고 추우면 추울수록 사랑의 모닥불을 피워 주님의 사랑을 나눠주기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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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2/14 [10:02]  최종편집: ⓒ kidok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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