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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준 목사(천안서머나교회) 51호
노프라블럼
 
한혜림 편집기자   기사입력  2013/10/25 [16:44]
▲ 최만준 목사(천안서머나교회)     ©편집국

얼마 전 지방회 후원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강행군 또 강행군 우리 일행은 지칠 대로 지쳐있었고 어찌 보면 성지순례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시내산 등정을 눈앞에 두고, 전날 피곤함 속에 늦은 시간 어떻게 잠을 청했는지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짧은 잠에서 깨어나 새벽 2시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모자를 뒤집어쓰고 손전등을 쥐고 산장에서 첫걸음을 뗐습니다. 아내는 가지 않겠다고 합니다. 여기에 오기 전에도 어지럼증세로 어려움을 겪었던 터라 부담이 되었나봅니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이제 이렇게 힘든 여정 언제 또 올꺼냐며 다시는 오지 못할 것 같으니 함께 오르자”고 아이 다루듯 꼬드겼습니다.

이 때 아내가 한 마디 던집니다. 낙타 태워주면 한 번 생각해 본다고 합니다. 20불에 팁 1불 무슨 이유가 되겠나 싶어 OK 하며 동그라미 표시로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습니다.
컴컴한 새벽길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 걷다보니 낙타들이 보입니다. 낙타들을 끌고 갈 사람들도 보입니다. 줄곧 우리들을 안내하던 정장로님도 타고 갈 거랍니다.

잘 되었다 싶어 나는 걸어 올라가려는데 아내를 태웠던 낙타가 갑자기 일어나는 바람에 놀란 아내는 소리와 함께 손에 쥐고 있던 물병을 놓치고 모자는 나뒹굴고 말았습니다.이 때 나를 부릅니다. “여보! 당신도 낙타 탔으면 좋겠어요! 혼자는 못갈 것 같아요.” 완전 겁에 질린 목소리였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나도 낙타를 탈 생각으로 조금 기다렸습니다.

정장로님께서 현지인과 이야기를 하더니만 나에게 낙타 한 마리를 정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른 낙타에 비해 몸집이 아주 작은 낙타가 나에게 배정되었습니다. 처음엔 90kg 가까이 나가는 체중을 싣고 어린 낙타가 잘 갈 수 있을까 염려가 되었습니다.

걱정 반 염려 반 잠시 머뭇거리는데 우릴 안내하며 오를 것 같은 어린아이가 “노 프라블럼!” 문제없다고, 안심하라고 합니다. 어둠 속이지만 언뜻 보아도 열두세 살 정도 밖에 보이지 않는 어린 모습이 초딩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 말만 믿고 나는 아내가 처음 당했던 갑작스레 일어나는 낙타의 움직임에 순간 놀라며 나도 모르게 온 몸에 힘을 주게 되었습니다.

2-3분 정도 갔을 때 즈음, 갑자기 낙타가 주저앉았습니다. 순간 앞으로 쏠리며 깜짝 놀라 겨우 중심을 잡았습니다. 큰 일 날 뻔 했습니다. 왼쪽 길은 험한 낭떠러지길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내 옆에 조금 떨어져가던 아이가 달려오더니 낙타를 일으켜 세웁니다.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황당했습니다. 그렇지만 워낙 이런 일이 많았는지 아무런 일 없었던 것처럼 앞길을 재촉합니다. 이번엔 1분도 채 가지 못하고 또 쓰러집니다. 다시 일어나 세웁니다. 또 험한 길을 오릅니다. 그런데 이번엔 낙타가 주저앉더니 거품까지 무는 것이 아닙니까? 아무래도 날 감당하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괜스레 낙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더 이상 낙타를 타고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하게 보였습니다.

이번에도 이 어린친구가 나에게 오더니 다시 타라고 합니다.
그러더니 “노프라블럼, 노프라블럼” 내가 볼 때는 ‘프라블럼’도 ‘빅프라블럼’이었습니다.
못된 녀석 낙타를 이용해 돈 좀 벌어보겠다고 괘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더 이상 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 표시를 한 뒤 걷기 시작했습니다. 피곤하기도 하고 온 몸에 힘을 주다보니 기진맥진 설상가상입니다.

오늘 이야기를 일행들에게 해 주었더니 다들 배꼽잡고 웃습니다. 내가 당할 뻔 한 위험은 조금도 안중에 없고 내가 선택한 낙타가 불쌍하다고만 했습니다.

‘이런 젠장...’ 아무튼 기억에 남는 시내산 등정, 잊지 못할 추억거리로 남았습니다. 그 훌륭한 아내덕분에 그래도 상쾌하고 흐뭇한 하루였습니다. 돌아보면 그 새벽에 등정하는 까닭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먼 길, 험한 길을 깜깜한 때가 아니면 제 정신으로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일 거라 생각하니 못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노프라블럼, 노프라블럼!”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오늘도 들려오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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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10/25 [16:44]  최종편집: ⓒ kidok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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