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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목사 (선창교회) 49호
사막에서 머무르다
 
한혜림 편집기자   기사입력  2013/09/27 [16:20]
▲ 김 혁 목사(선창교회)     ©편집국
얼마 전 케냐에 다녀왔습니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는 매우 복잡한 도시여서 조금만 시간을 잘못 잡으면 교통체증에 걸리게 됩니다. 그러면 15분이면 갈 거리를 두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차량이 느리지만 가기만 해도 얼마나 반가운지요. 며칠 전 나이로비 쇼핑몰에서 총격사건이 났습니다. 저도 몇 주 전에 그 쇼핑몰에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2주 먼저 그곳을 다녀가게 하셨습니다.
 
이번 총격 사건처럼 큰 것은 아니지만 총기사고가 가끔 일어난다고 합니다. 저를 안내하던 선교사님은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옆 사람을 쏴 죽이는 것을 보았답니다. 그리고 총을 쏜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고 합니다. 그때 가진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겠지요. 제가 그 사건이 일어난 지 며칠 뒤에 만났는데 아직도 심장이 떨리고 불안하다고 기도를 요청했습니다.

이런 분주한 곳을 두 시간여 방문을 하고 경비행기를 타기위해 다른 공항으로 옮겼습니다. 그곳에는 수많은 경비행기들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수속을 밟고 조종사를 포함해 6인승 경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이렇게 작은 비행기가 뜰 때는 얼마나 요동칠까라는 두려움을 뒤로한 채 비행기는 가볍게 부드럽게 비행을 하기 시작합니다. 두 시간을 날아갔을까? 산맥이 끝이 나고 사막지역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온통 모래밭인데 고운모래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황량함 그 자체였습니다. 비행기가 뜰 때보다 더 큰 불안이 몰려 왔습니다. 그곳에는 활주로가 닦여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냥 모래와 자갈밭에 나무를 제거하고 활주로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두려움에 손잡이를 꼭 잡았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비행기는 조금의 덜컹거림만 있을 뿐 잘 닦인 활주로와 별반 차이 없이 착륙을 하였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짐을 챙기고 선교사님이 머무는 곳으로 가는데 그곳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가시나무와 같이 생명력이 강한 것만 있었습니다. 몇 채의 양철지붕으로 만든 벽돌집이 있었고 대부분은 원주민들의 움막집이 군데군데 군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지프차로 사막을 가로질러 한참을 달려갔을까 조그만 마을이 하나 보입니다. 또 한참을 달려가니 학교가 하나 보입니다. 밤에는 아직도 하이에나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전기도 없고, 수도도 없습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제 시야 안에는 다른 마을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녁을 먹고 밤이 되었습니다. 선교사님이 의자를 들고 밖으로 나가자고 했습니다. 밤하늘을 보았습니다. 은하수가 흐르고, 별똥별이 떨어지고, 하늘은 다양한 색깔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막의 밤바람은 너무나 달콤했습니다. 따뜻하면서도 시원한 그 바람이 저의 모든 생각들을 흩어버리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 밤에 경험한 바람은 나이로비와 같았던 나의 삶을 사막과 같은 곳으로 바꾸어 가고 있었습니다.

사막의 삶은 그동안 살아왔던 것에 비교하면 많이 불편했습니다. 먹을 물도 정말 감사함으로 먹어야 했습니다. 더치커피를 내리듯 빗물을 받아 두었다가 정수기에서 한 방울씩 통과시켜 먹는 그 물은 생명수였습니다. 텔레비전도 없고, 우리에게 자석처럼 따라다니던 스마트폰도 소용이 없습니다. 고요함이 흘렀습니다. 오랜만에 경험한 멈춤이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하나님이 운행하셨습니다. 나는 멈추어 있는 그곳에 하나님은 그 사막 속에서 일하고 계셨습니다.

우리는 큰 비행기에 익숙해 있습니다. 그래서 경비행기를 탈 때 그렇게 두려웠나봅니다. 나이로비와 같은 도시의 삶에 익숙해 있습니다. 그래서 사막의 황량함을 보았을 때 먹먹해 보였나 봅니다. 그러나 실제 경험한 그 삶은 오히려 저에게 많은 것을 느끼고 보고 누리게 해 주었습니다. 한 주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시간 속에서 사막의 멈춤과 같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늘을 쳐다 볼 시간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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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9/27 [16:20]  최종편집: ⓒ kidok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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