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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협 목사(대성교회) 47호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자!
 
한혜림 편집기자   기사입력  2013/08/29 [14:43]
▲ 정영협 목사(대성교회)     ©편집국

시골에 아들이 사다놓은 잘 생긴 개가 죽었습니다.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사람에게 가까이 오지 못하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들은 ‘바보 같은 놈’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불쌍한 녀석’이라고 말하던 개가 죽고 말았습니다.
 
얼마 전 15.000원 짜리 사료를 먹이다 10.000짜리 사료로 바꾸었는데 사료가 바뀌고 나서는 통 밥을 먹지 않았습니다. 밥을 먹지 않으니 말라갔지만 제가 배가 고프면 먹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밥을 먹지 않고 계속 말라가니 하는 수 없이 사료를 다시 15.000원짜리로 바꾸었습니다. 그런데도 밥을 먹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시골에 갔더니 원래부터 사람에게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꼬리를 치고 반가워는 했는데 반가워하지도 않고 자기 집에 들어가 가만히 앉아있었습니다. 눈에는 눈곱이 끼어있어 단순히 밥을 먹지 않은 것이 아니라 어디가 아프구나 싶었습니다. 가축병원에 가서 약을 사다 먹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시골을 나왔는데 다음날 불쌍한 개가 죽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한 번도 주인의 품에 제 스스로 안기지도 않고, 쓰다듬어 주려고하면 도망을 가고, 끌어다라도 안아 주려하면 기를 쓰고 목을 빼던 개인데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 빈자리가 얼마나 허전한지 텅 빈 개집을 보면 마음이 허전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불쌍한 녀석’ 살아있을 때 사료가 바뀌어서 밥을 안 먹는 것만은 아니었는데 좀 더 신경을 쓰고 챙겨야 했는데 하는 마음에 아쉬움이 가득하고 눈에 밟힙니다. 말 못하는 개, 품에 한번 안기지도 않는 개와의 관계도 그런데 하물며 사람과의 관계는 어떻겠습니까?

한국 교회를 생각하면 한국교회에 이런 일들이 일어날 것 같은 이제는 교회가 텅 빌 것 같은 불안감과 두려움이 있습니다. 종종 이런 저런 이유로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다 떠날 이유가 있어서 떠납니다. 그러나 그들이 떠나기 전에는 아프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밥을 안 먹는 개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무시합니다. 그러다가 먹겠지. 그러나 결국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무시는 그들로 교회를 떠나게 되고 그들이 떠난 자리는 텅 빈 자리로 남습니다.

한국 교회에도 ‘가나안 교인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가나안 교인들은 예수는 믿는데 교회는 ‘안 나가’는 교인들입니다. 과거 오랫동안 교회에 다녔으나 더 이상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입니다. 서구에선 '소속 없는 신앙(believing without belonging)' 또는 ‘교회 없는 기독인(unchurched Christian)’이라 부르며 연구도 활발했습니다.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가 ‘가나안 교인’ 316명을 설문조사하고 18명을 심층 인터뷰해 ‘갈 길 잃은 현대인의 영성-소속 없는 신앙인의 모습’ 보고서를 냈습니다. ‘가나안 교인’들은 초등학교 시절(46.7%)부터 5~15년(43.2%)정도 교회를 열성적으로 또는 어느 정도 활동(90.3%)한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23.4%)나 30대(25.0%)가 되면 교회를 떠났고, 이미 교회를 안 나간 지 10년쯤(52.6%) 지난 상태였습니다. 떠나게 된 이유도 다양했습니다. 떠날 당시 교회 자체의 문제는 없었다는(42.2%) 사람이 많았습니다. 오히려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원하거나(30.3%), 목회자(24.3%) 혹은 교인들(19.1%)에 대한 불만으로 교회를 떠났습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다시 교회에 나가고 싶다는 사람도 절반이 넘었습니다(53.3%).

실제로 1991년 이후 지난 20년간 미국 성인의 신앙생활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 추이를 분석한 조사에 따르면 ‘예수를 받아들이고 구원받기를 바란다.’는 사람은 91년 35%에서 2011년 40%로 늘어났지만 ‘성경은 전적으로 정확하다’고 믿는 이는 46%에서 38%, ‘신은 전지전능하다’ 믿는 이는 74%에서 67%로 줄어들었습니다.
 
신앙을 실천에 옮기는 신자도 20년 사이에 크게 준 것으로 조사됐으며 ‘교회 밖에서 성경을 읽었다’는 이는 45%에서 40%, ‘교회에서 자원봉사를 했다’는 이는 27%에서 19%, ‘주일 학교에 참석했다’는 이는 23%에서 15%, ‘예배를 드렸다’는 이는 49%에서 40%로 감소했습니다. 미국복음주의협회가 정의하는 ‘진정한 신자’는 미국인 전체의 7%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떠나간 개의 빈 집도 허전한데 그 자리를 볼 때‘알아서 먹겠지.’가 아니라 있을 때 좀 더 잘 해 주었어야 했는데, 어디가 아픈지 신경을 썼어야 했던 것처럼 한국의 교회가 희망을 주지 못하면 교회에 갱신이 없으면 교회의 그 빈자리가 앞으로 더욱 커져 크게 건축된 교회들도 서구의 교회처럼 텅 빈 교회가 되고 말 것입니다.

아파하는 교인들이, 밥을 먹지 않는 교인들이, 젊은 청소년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기 전에 교회가 텅 비기 전에 함께 아파하고, 챙기고, 복음의 본질로, 말씀으로 돌아가는 일이 한국교회에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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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8/29 [14:43]  최종편집: ⓒ kidok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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